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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20여년전부터 파견 확대한 일본, 사회 갈등 큰 홍역

등록 2016-02-03 22:07수정 2016-02-04 16:13

파견노동자 급증하며 사회문제로
해고위협에 ‘묻지마 칼부림’ 참극
금융위기땐 대량해고로 몸살
정부가 “일자리가 창출되고 사내하청을 파견으로 유인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파견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모습은 일본의 20여년 전 모습을 닮아 있다. 전문가들은 파견을 무차별적으로 확대했다가 큰 홍역을 치른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일본은 1998년 파견법을 제정한 한국보다 13년 앞선 1985년 파견법을 제정했다. 당시 명분은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사내하청 노동자를 보호하고 기업 인력운용의 탄력성을 확보한다”는 것이었다. 한번 트인 물꼬는 계속 넓어졌다. 애초 13개이던 파견허용 업무가 법 제정 이듬해 16개로 늘었고, 1994년엔 60살 이상 고령자에 대한 파견규제가 원칙적으로 없어졌다. 항만·건설·경비 등 일부 절대금지업종만 빼곤 모든 업무에 고령자를 파견으로 받아쓸 수 있게 됐다.

1999년에는 파견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허용 업종을 명시하는 포지티브리스트 제도 대신 원칙적으론 허용하되 금지업종을 명시하는 네거티브리스트 제도로 바뀌었고, 2003년에는 파견 노동자를 3년까지 쓸 수 있던 26개 업종의 파견기간 제한을 아예 폐지하고 파견기간 제한이 1년이던 나머지 업무는 모두 3년까지 쓸 수 있도록 기간을 연장했다. 기간 연장과 함께 제조업에도 파견 노동이 허용되는 큰 변화가 닥쳐왔다.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를 보면, 2003년 236만명이던 파견 노동자는 2007년 381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파견 노동의 급증이 일본에서 큰 사회문제로 떠오른 건 2008년 6월 일어난 이른바 ‘아키하바라 사건’이다. 파견업체 소속으로 자동차공장에서 도색작업을 하던 25살짜리 청년이 해고위협을 느끼자 도쿄의 유명 번화가인 아키하바라에 자동차를 몰고 돌진한 뒤 미리 준비한 칼로 행인들을 닥치는 대로 찔러 7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극이 벌어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일상적 해고 위기를 느끼는 비정규직의 설움과 심한 고립감을 토로했다. 바로 한달 뒤에는 오랫동안 파견 노동자로 일하던 30대 남성이 도쿄의 한 서점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을 벌이는 사건이 일어났다.

같은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일본 제조업체들은 파견업체와의 계약을 줄줄이 중도해지했고, 파견 노동자의 대량해고가 현실로 나타났다. 그해 12월31일부터 2009년 1월5일까지 엿새 동안 500여명의 해고된 파견 노동자들이 도쿄 중심부 히비야 공원에 일제히 텐트를 치고 불안정 노동 문제의 해법을 촉구한 이른바 ‘파견촌 운동’을 벌였다.

결국 일본은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2012년 파견 노동자에 대한 보호 조처를 강화하는 내용의 파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30일 미만 단기고용 파견과 이직한 노동자를 1년 안에 다시 파견 노동자로 받아 쓰는 것을 금지하는 한편 1년 이상 일한 파견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의무를 파견업체 사장한테 지웠다.

일본의 노동 분야 국책연구원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에서 주임연구원을 맡고 있는 오학수 박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일본은 아직 종신고용 전통이 남아 해고가 상대적으로 힘들고 노동자 평균 근속연수가 13년인 반면, 한국은 평균 근속연수가 5년 남짓으로 노동자가 직장을 매우 자주 옮기는 상황인데도 일본을 뒤쫓아 파견을 확대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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