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양대지침’ 시행 왜 서둘렀나
사업장 찾아 노·사 의견 들었다지만
대부분 간담회서 노조 불참
전문가 “입법표류에 관료들 충성경쟁”
사업장 찾아 노·사 의견 들었다지만
대부분 간담회서 노조 불참
전문가 “입법표류에 관료들 충성경쟁”
정부가 22일 저성과자 해고·취업규칙 관련 지침의 시행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배경에는 노동개편과 관련해 ‘이대로 가다간 아무 것도 안된다’는 조급증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파견법 등 이른바 ‘노동 4법’의 국회 처리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양대지침 시행마저 계속 시간을 끌면 금융·공공·교육과 함께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4대 개혁 과제인 ‘노동개혁’이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동했다는 것이다.
애초 고용노동부 안팎에서는 정부가 이번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설(2월8일)을 앞뒤로 양대지침을 발표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파견법·근로기준법·산재보험법·고용보험법 등 4개 법안의 국회 처리 여부를 봐가며 지침을 시행하리란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 19일 한국노총이 ‘9·15 합의파기’와 노사정위 대화 불참을 선언하고 20일 이기권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한테 새해 업무보고를 한 직후부터 분위기가 긴박해졌다. 박 대통령은 업무보고에서 “한쪽의 일방적 주장만으로 시간을 끌고 가기에는 우리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도 어렵다”며 속도를 낼 것을 요구했다.
업무보고 당일 오후 이 장관과 고영선 차관은 즉각 양대지침 관련 현장 경영진과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예정에 없던 서울과 대구의 기업체를 찾았다. 21일에도 인천·경기·전남·대구의 기업체와 고용노동청에서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고용부 쪽은 간담회 뒤 낸 참고자료에서 “노사가 ‘간담회를 통해 지침의 취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현장 사업주나 근로자의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장관이 20일 찾은 서울 마포 일진전기 간담회 자리에 막상 참석한 이는 대표이사와 인사팀 과장, 비노조원인 사무직 2명뿐이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고 차관도 20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서 철도공사의 노사 양쪽을 만났다고 했으나 다수 노조인 전국철도노조 쪽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노총은 이에 따라 “정부 현장간담회는 관제 간담회”라고 비판하며 고용부의 간담회 요청을 거부하라는 지침을 산하 조직에 일제히 전달했다.
이 장관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전격적인 지침 시행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 “(현장 간담회에서) 비슷한 얘기를 계속 듣는 것보다 지침을 확정 발표해 시행하면서 효과가 있는지 등을 보며 지속적인 활동을 하는 게 필요하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는 정부의 속도전과 관련해 “국회에서 입법이 잘 안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부 관료들이 개혁과제와 관련한 충성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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