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국노총 최후통첩 거부뜻
‘한국노총없는 노동개편’ 강행 태세
노동계, 총파업·낙선운동 등 검토
정부여당 단독입법 동력 떨어질듯
‘한국노총없는 노동개편’ 강행 태세
노동계, 총파업·낙선운동 등 검토
정부여당 단독입법 동력 떨어질듯
정부가 12일 한국노총이 노사정위를 탈퇴하지 않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저성과해고·취업규칙 관련 지침 원점 재논의 등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밝혔다. 정부는 새누리당과 함께 ‘한국노총 없는 노동개혁’을 밀어붙일 태세이나 거센 갈등 속에 동력을 얻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고용노동 관련 학회장 등 6명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현재도 노동개혁 실천이 계획보다 늦어진 상황인데, 한국노총에서 2대 지침에 대해 기간의 정함이 없이 논의하자고 하는 것은 대타협 실천이 무한정 지연돼 현재 상황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한국노총 내 고용이 안정되고 근로조건이 괜찮은 일부 연맹들의 자기 실천 내지 양보가 중요한데, 기득권 지키기 차원에서 대타협의 대의를 저버리는 조직 이기주의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한국노총이 “9·15 노사정 타협안은 파탄 상태”라고 선언하고 “정부가 지침에 대해 시한의 정함 없이 원점에서 협의한다는 입장과 9·15 합의 내용에 맞는 5대 노동법안을 공식적·공개적으로 천명하지 않을 경우 19일 노사정위를 탈퇴하고 대정부 투쟁계획을 밝히겠다”고 최후통첩을 한 데 대한 거부의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남은 1주일 동안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 보인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번 주말 전문가들과 함께 양대 지침을 놓고 워크숍을 열자고 한국노총에 오늘 제안할 것이다. 대화 노력은 그래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노동계에선 대화 노력만으로 한국노총을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총의 파탄 선언은 9·15 합의가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 상황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이 19일 노사정위 탈퇴와 대정부 투쟁 계획을 밝히는 수순으로 갈 공산이 커졌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과 손잡고 공동 총파업을 벌이는 방안과 함께 4월 총선을 앞두고 자체 지역 조직을 가동해 새누리당 후보 낙선운동을 벌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정부가 양대 지침 시행을 밀어붙이게 되면, 한국노총은 양대 노총 공조를 추진하며 1998년 노동법 개정 투쟁 때처럼 공동 총파업을 하게 될 수도 있고, 큰 사회적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노동계의 반발에도 노동개편 일정을 강행해온 정부는 한국노총이 노사정위를 탈퇴하더라도 갈 길을 가겠다는 태세다. 하지만 일부나마 노동계를 대표하는 한국노총과의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할 때와는 달리 정부·여당이 단독으로 추진하는 입법과 지침 강행은 사회적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노사정 합의라는 명분 때문에 정부의 노동개편 추진의 정당성이 일부라도 인정받던 터에 한국노총이 빠지면 그마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노동개혁의 본질이 아닌 양대 지침은 포기하고, 법안 가운데 노동계와 이견이 많은 기간제법·파견법은 추후 논의과제로 넘긴 채 먼저 야당과 상대적으로 쟁점이 적은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법의 공통분모를 찾아나가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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