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시청 옆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옥상 광고탑에서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209일째 고공농성 중인 사내하청 노동자 최정명·한규협씨가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광고탑위에는 기아차·풀무원
새누리당사앞 콜트·콜텍 농성
새누리당사앞 콜트·콜텍 농성
‘하늘엔 영광, 땅엔 평화’가 찾아온다는 크리스마스이브(24일)에도, 많은 노동자들은 영광도 평화도 누리지 못한 채 하늘과 땅에서 장기농성을 이어나갔다. 이들이 내건 노동조합 인정, 불법파견 해결, 여당 대표의 노조에 대한 막말 사과 등은 이 땅을 살아가는 노동자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 최정명·한규협씨는 지난 6월1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옥상의 광고탑에 올랐다. 법원 판결에 따라 불법파견 노동자를 정규직화하고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을 처벌하라는 게 요구사항이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7~9일 현대차 쪽과 사내하청업체 쪽 사용자를 무더기로 불기소 결정했다. 최정명씨는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검찰은 재벌 봐주기 수사 결과를 내놨고 정부와 여당은 파견법 개악으로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까지 파견을 합법화하려는 것을 보자니 가슴이 아프다. 농성장에 부는 바람이 너무 세 오늘 밤 산타가 못 지나갈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노동계는 두 사람의 고공농성 200일(27일)을 맞아 전국에서 올라오는 희망버스와 함께 농성장 앞에서 26일부터 1박2일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식품회사인 풀무원의 제품을 배달하는 화물노동자 연제복·유인종씨는 회사가 노조를 인정하고 산재사고에 대한 책임을 질 것 등을 요구하며 지난 10월24일부터 서울 여의도 올림픽대로 옆 광고탑에 올라 농성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서울 금천구에 있는 하이텍알씨디코리아 공장 옥상에 이 회사 직원 신애자씨와 구자현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장이 회사 쪽의 공장 매각에 반대하며 고공농성에 들어가 시린 겨울을 맞고 있다.
노동자들의 농성은 땅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강경 노조가 제 밥그릇 늘리기에 몰두한 결과 건실한 회사가 아예 문을 닫는 사례가 많다”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왜곡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시작된 악기 제조업체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 농성은 24일로 81일째를 맞았다. 서울 강남구 삼성 본관 앞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농성을 한 지는 79일째다. 노동·시민단체들은 이날 오전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전자가 피해자들에게 투명하고 공정한 보상을 실시하는 한편 제대로 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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