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 자회사 세워 직접고용
‘사업제안’ 희망제작소와 MOU 계획
“다른 대학에도 확산됐으면”
‘사업제안’ 희망제작소와 MOU 계획
“다른 대학에도 확산됐으면”
경희대가 청소 용역 노동자들의 안정적 고용을 위해 학교법인 소속 자회사를 세워 이들 노동자를 고용하기로 했다.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고용 불안 등을 완화하고 대학의 무분별한 외주화 관행을 바꿀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민간 씽크탱크인 희망제작소가 5일 개최한 ‘사다리포럼’에 참석한 정진영 경희대 대외협력부총장은 “청소 노동자들이 안정된 고용과 인간적 대우 아래 일할 수 있는 모범적 모델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며 이런 계획을 내놨다. 정 부총장은 “이 일이 사회에 작게나마 파장을 일으킬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된 이른바 ‘경희 모델’을 보면, 학교법인 경희학원은 내년까지 자회사를 세워 264명(서울캠퍼스 135명, 수원캠퍼스 129명)의 청소 용역 노동자를 자회사가 고용할 계획이다. 자회사는 대학의 시설과 공간을 지역사회와 함께 공유하고 관리하는 한편 서울캠퍼스가 있는 회기동 일대에 문화·예술·평화의 거리를 조성하는 등의 공익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소셜 벤처’ 형태로 만들어진다. 희망제작소는 지난 5월부터 노동·복지·재정 분야 전문가와 함께 대학 청소 노동자의 고용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한 ‘사다리포럼’을 운영해왔다. 그 첫 결실로 경희대 쪽과 조만간 자회사 설립과 관련한 양해각서를 맺을 계획이다.
경희대의 이번 실험은 전국 대부분 대학이 청소 용역 업무를 제3의 업체에 외주화한 뒤 업체 소속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조건을 방관하는 현실을 개선해보려는 노력으로 평가된다. 비록 학교법인이 직접 이들 노동자를 고용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학교법인이 100% 출자한 자회사 소속인 만큼 노동 조건 문제가 불거졌을 때 학교법인이 원청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다. 이원재 희망제작소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대학이 교육 문제에서는 공익적이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는 반면, 공익기관으로서 져야 할 사회적 책임의 핵심인 노동 문제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며 “경희대의 이번 실험이 학교법인이 청소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거나 협동조합 설립을 통한 고용 등 다양한 모델로 다른 대학에 확산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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