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고용창출·장년 고용안정 목표
기업 구조조정 잦아 적용 한계
개별 기업 노사 줄다리기 불가피
기업 구조조정 잦아 적용 한계
개별 기업 노사 줄다리기 불가피
노·사·정이 합의한 문구에는 그동안 숱한 논란을 부른 임금피크제도 들어 있다. 청년고용 창출과 장년층 고용 안정을 명분으로 도입됐으나, 효과를 둘러싸곤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합의문에는 ‘임금피크제’라는 단어가 모두 4차례 등장한다. 우선 청년고용 창출과 관련해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된 재원을 청년고용에 활용하도록 한다”고 돼 있다. 더불어 근로소득 상위 10%의 임직원은 자율적으로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재원으로 청년 채용을 확대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는 장년층 고용을 안정화하는 장치로도 등장한다. 합의문 가운데 ‘정년연장 연착륙 등을 위한 임금제도 개선’ 항목은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이 고용친화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연구·교육, 모델 개발·확산 및 단체협약·취업규칙 개정에 적극 협력하고”라고 돼 있다.
임금피크제로 장년층 임금이 깎이게 됐으니 대신 이들이 정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여기서 절약된 재원으로 청년층을 신규채용하는 이른바 ‘양수겸장의 카드’라는 것이다.
몇살부터 임금을 깎을지, 50대 후반 정점에 이른 임금에서 깎아 나가는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합의문에 없다. 합의문은 “노사가 사업장 여건에 맞춰 임금·근로시간·근로일수 등의 조정을 추진한다”고만 밝혔다. 그런 부분은 개별 기업의 노사가 알아서 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문제는 임금피크제가 청장년의 고용 창출과 안정이라는, 정부가 내세우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할지다. 자발적 퇴직은 물론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 등의 이름으로 이뤄지는 기업의 잦은 구조조정 탓에 한국 노동자가 퇴직하는 평균 나이는 임금피크제에 들어가기도 전인 52살이다.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나이가 될 때까지 일하기 자체가 어렵다는 얘기다. 예컨대 고용보험에 가입해 있던 노동자가 직장을 그만두면 사용자는 고용센터에 ‘고용보험 상실신고’를 하는데, 2012년에 이렇게 신고한 55~59살 노동자 36만여명 가운데 노동자의 퇴직 사유가 ‘정년퇴직’이라고 답한 이는 1만8100여명뿐이다. 전체의 5%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제동을 걸어 노동자가 정년까지 일을 할 여건을 조성하고 기업이 노동자 임금을 깎은 재원을 다른 데 쓰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등의 보완 조처가 마련되지 않으면, 임금피크제는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 기업 주머니를 불리는 수단으로 전락하리란 우려가 많은 이유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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