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등 통한 집단 의사수렴 무시
중부발전 팀장, 반대자들에 강요
남부발전 등도 유사사례 알려져
중부발전 팀장, 반대자들에 강요
남부발전 등도 유사사례 알려져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밀어붙이는 정부가 올해 말까지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일방적으로 결정한 가운데 개별 공공기관마다 도입 과정에서 회사 쪽 ‘불법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집단적 의사 수렴 절차를 무시하고 개별 노동자를 상대로 동의 여부를 묻거나, 반대 의견을 낸 직원을 따로 불러 찬성표를 강요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5대 화력발전회사의 하나인 한국중부발전의 한국노총 소속 기업노조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발전산업노조는 23일 “회사가 임금피크제 도입 과정에서 명목상으로는 직원의 ‘자발적 동의서 제출’이라고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관리자를 통한 감시와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진행중”이라고 반발했다.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을 노동자한테 불이익하게 바꿀 때 과반 노조의 동의를 얻거나 그런 노조가 없을 땐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회사가 동의 과정에서 이런 절차를 밟지 않고 개별 직원을 상대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찬성하라고 강요한다는 것이다. 두 노조 모두 과반에 조금 못 미치는 조합원이 가입했다.
발전산업노조 (중부발전) 신보령지부의 박오안 지부장이 지난 19일 회사 김아무개 팀장과 만나 녹취한 내용을 확인해보니, 김 팀장은 회사가 요구한 ‘임금피크제 관련 규정 제정 및 변경 동의서’에 반대 의견을 밝힌 팀원 4명을 따로 불러 찬성표에 동그라미를 하라고 요구했다. 김 팀장은 이에 항의하는 박 지부장한테 “개인 의견이 100% 맞다 치더라도 회사에 다니는 사람으로서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에 반대로 갈 때는 맞는 게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한겨레>에 “팀별로 직원들을 불러 아예 개별적으로 답변을 내게 하거나, 반대 의견을 낸 이들을 불러 동의를 강요하는 일이 횡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부발전은 5일 충남 보령시에 있는 안전교육장에서 전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 때도 “임금피크제를 우리만 안 할 수 없다. 이건 정부가 하려 하는 것으로, 우린 단 한 푼의 예산도 기획재정부의 승인 없이는 쓸 수 없다”며 찬성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발전을 비롯해 20일부터 임금피크제 설명에 들어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등 다른 공공기관도 중부발전처럼 동의를 강요한 사실이 알려지거나 관련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이 함께 꾸린 공동투쟁본부는 이와 관련해 9월11일 총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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