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복귀 여부를 논의·결정할 중앙집행위원회가 열린 18일, 회의에 앞서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건물 회의장 앞에서 노사정 복귀에 반대하는 금속노련 등 일부 산별노조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며 농성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성과 조급증·박대통령에 충성경쟁
김무성 대표 “강경파 슈퍼갑 행태”
한국노총 “그렇게 만든 건 정부여당”
김무성 대표 “강경파 슈퍼갑 행태”
한국노총 “그렇게 만든 건 정부여당”
정부의 관계부처 장차관은 물론 여당 대표까지 나서 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압박하는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노사정위 복귀를 논의하려던 한국노총의 18일 중앙집행위원회 회의가 일부 산별노조의 물리력 행사로 무산된 데 대해선 “과격분자”, “소아적 행동”, “비민주적 행태”라는 등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경제구조에서 비롯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책임을 일부 정규직 노조에 떠미는 동시에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후반기 업적으로 밀어붙이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충성경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노총 지도부의 복귀 결정에도 극소수 공기업·대기업 중심의 산별 연맹이 물리력을 행사해 회의가 무산된 것은 10%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90%의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 특히 일자리를 못 구해 절규하는 청년들을 외면하는 소아적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도 이날 ‘노동시장 개혁 관련 기업간담회’ 자리에서 “최근 재계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신규 채용 및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데,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 거부는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라고 비난했다.
지난해 말 ‘정규직 과보호론’을 처음 제기하며 바람잡이에 나선 기획재정부도 ‘한국노총 때리기’ 대열에서 빠지지 않았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몇몇 강경파 노조원의 점거로 의사결정을 못 하는 것은 지도부의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며 대화 상대인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을 깎아내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노총 일부 과격분자들”이란 표현을 쓴 데 이어, 20일에도 “(한국노총) 소수 강경파의 ‘슈퍼갑’ 행태 때문에 다수의 노동자들과 국민 전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행정부 장차관과 여당 대표가 일제히 한국노총 비난과 압박에 나선 배경엔 이른 시일 안에 노동시장 구조개편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 박 대통령을 향한 충성경쟁 등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박 대통령이 6일 담화에서 노사정위 복원을 통한 노동시장 구조개편 추진을 역점사업으로 강조한 뒤 처음 열린 한국노총 중집에서 노사정위 복귀 결정이 나오지 않자 다들 조급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노동계에선 비난 발언에 나선 기재부·고용부·산업부 모두 노사정위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청와대를 향한 ‘존재증명’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력 비난의 노림수는 두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여론전을 통해 26일로 예정된 한국노총의 다음 중집 때 노사정위 복귀 반대세력의 입지를 좁히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정규직 노조 때리기로 시민들한테 노동시장 구조개편이 미뤄지는 모든 책임이 일부 정규직 노조에 있고, 이들 노조가 양보하지 않으면 청년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프레이밍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어 “우리 조합원이 과격분자라면 과격분자를 만든 건 바로 정부여당이고 친재벌·대기업 정부가 투쟁하는 노동자를 만든 것”이라며 “노사정위에 복귀하고 말고는 우리 스스로 결정할 문제지 외부에서 들어오라 말라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종휘 기자, 세종/김경락 기자 symbio@hani.co.kr
정부 관련 부처 장차관들의 한국노총 공격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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