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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동력 잃은 ‘삼성 백혈병 조정위’…직접교섭으로 가나

등록 2015-08-17 20:25수정 2015-08-17 21:43

가족위 이어 삼성도 조정위안 거부
‘추가조정 9월말까지 보류’ 요청
반올림 뺀 두곳 직접교섭 뜻 내비쳐
재발방지책 마련은 제외 가능성 커
삼성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 희귀난치병에 걸린 이들의 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을 협의해온 조정위원회 논의가 난기류에 휩싸였다. 애초 조정위 구성을 요구한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와 삼성 쪽이 조정위의 권고안에 이은 추가 조정을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조정위가 권고안을 이끌고 갈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삼성 백혈병을 둘러싼 논의가 1년 전처럼 직접교섭 국면으로 돌아갈지 주목된다.

삼성은 16일 낸 ‘추가 조정기일 지정과 관련한 삼성전자의 입장’에서 “조정위원회가 권고안을 발표한 이후 가대위가 보상 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요구하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며 “가대위가 요구한 대로 9월 말을 1차 시한으로 추가 조정기일 지정 보류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7월23일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이 나온 뒤 삼성과 가대위 쪽은 조정위가 문제 해결의 핵심 수단으로 내세운 공익법인 설립 방안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어 10일 가대위는 “가대위는 삼성전자와 당사자 협상을 통해 사과와 보상 문제를 신속히 합의하고 대책에 관해서도 공감의 폭을 넓히고자 한다”며 9월 말까지 추가 조정기일 지정을 미뤄달라고 요구했다.

형식적으로는 삼성, 가대위, 반올림 등 조정위에 참여한 세 주체 가운데 반올림을 뺀 나머지 두 곳이 직접교섭을 할 생각을 내비쳐 공익법인 설립을 알짬으로 한 조정위 안이 뒷심을 받기 어려운 모양새가 됐다. 피해자와 가족 6명을 대표하는 가대위와 삼성이 직접교섭을 하는 상황을 말릴 명분도 없다.

삼성과 가대위가 겉으로는 같은 태도를 취하는 듯하나 속내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조정위 권고안처럼 옴부즈맨 제도를 활용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면 영업활동과 관련한 침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고, 가대위 쪽은 그동안 겪은 고통에 비해 보상의 수준이 낮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반올림 쪽에 몸담은 일부 가족들도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문제는 삼성 쪽이 가대위와 직접교섭을 하더라도, 나머지 마흔 가족 이상을 대표하며 조정위 안 수용 방침을 밝힌 반올림과는 어떻게 교섭을 할지다. 무엇보다 직접교섭을 통한 보상안 협상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라는 사회적 의제를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3세 승계 작업을 진행 중인 삼성으로서도 ‘적당한 보상’만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인식을 내부적으로 갖고 있으리라는 지적이 많다. 조정위는 17일 오후 삼성, 가대위, 반올림을 불러 추가 조정을 시도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 공동대표인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는 “지금 국면에서 삼성이 (공익법인 설립 방안을 외면하고) 가대위와 직접 논의해 결론을 내더라도 백혈병 문제가 해결되기엔 쉽지 않을뿐더러 글로벌 기업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에는 계속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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