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위원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는, 야당 위원들이 핵심 사회 현안으로 떠오른 노동시장 구조 개편과 관련해 정부가 주도하는 노사정위원회에서 재계 편향적인 의제를 논의해선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집에 잠들어 있는 ‘경제민주화’를 흔들어 깨워 의제를 넓히고 노사정위 대신 제3의 기구로 ‘운동장’을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다. 특히 환노위의 절반을 차지하는 야당 위원 모두가 기간제 노동자의 기간 제한을 4년으로 늘리고 파견노동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반대해, 관련 법 개정안이 환노위 문턱을 넘기 힘들 전망이다.
야당 “제3 기구에서 논의” 주장
의제 경제민주화로 넓히자 답변
정부 기업친화 정책 추진 두고
“노사정 합의구조 이용” 비판도
여 위원들은 “노사정위 재가동”
정부와 노사정위에 대한 불신은 야당 위원들이 지난 4월 노사정위 대화 결렬의 책임이 정부한테 있다고 답변을 한 이유에서 읽을 수 있다. “정부가 공정한 중재자로서 조정이 부족했다”(이석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는 지적부터 “정부가 기업 친화적인 고용유연화 관련 제도들을 도입하려고 외형적으로 노사정 합의 구조를 이용하려 했다”(은수미 새정치연합 의원)는 날 선 비판까지 나왔다. 같은 당 소속으로 환노위 위원장인 김영주 의원은 “임금피크제 도입, 해고 요건 완화 등 노동계가 수용하기 어려운 것들로 논의 주제를 정했을 뿐 아니라 논의 시한 또한 3개월로 정해놓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 했기 때문”에 정부가 논의 결렬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짚었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최봉홍 의원도 “협상 당사자가 내놓아야 할 조건들을 당사자가 아닌 기관(정부)에서 사전 발표해 당사자들은 도외시됐다”고 봤다.
노동시장 구조 개편 논의기구로 무엇이 적당하냐는 질문에 노사정위라고 답한 야당 위원이 사실상 없는 이유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비롯해 새정치연합의 이인영·한정애 위원은 ‘국회 안에 논의기구 신규 설치’에 표를 던졌고, 우원식·이석현·은수미·장하나 위원은 ‘노사정과 여당·야당·비정규직·고령자·여성·청년대표 등을 포함한 범국민적 논의기구’가 적합하다고 봤다. 김영주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노사정위 가동이 필요하다”면서도, 한국노총만 참여한 현 노사정위에서의 추가 논의엔 부정적이었다. 새누리당의 최봉홍·이자스민 의원은 노사정위 재가동 쪽이 낫다고 봤다.
야당 위원들이 모두 노동시장 구조 개편의 의제를 대·중소기업 격차 해소 등 경제민주화로 넓혀야 한다고 답한 점도 정부가 설정한 재계 편향 프레임에 대한 문제 인식을 드러낸다. 새누리당 양창영 의원만 노사정위 논의 주제를 대체로 따르자고 했고, 같은 당 최봉홍 의원과 이자스민 의원은 “우선 타협 가능한 주제로 좁혀야 한다”고 응답했다.
야당 위원 8명이 의제에 꼭 포함해야 한다고 손꼽은 것은 △초과이익공유제 도입, 원·하청 노사협의체 구성 등 원-하청 간 공정경쟁(8명) △재벌 개혁과 법인세 인상 등 세제 개혁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상시지속적 업무의 정규직화 원칙 법제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위한 제도 개선 등 소득 주도 성장 토대 마련(이상 7명) 등이다.
반면 추진해선 안 될 과제로는 야당 위원 모두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지침과 일반해고 요건 가이드라인 완화, 기간제 노동자의 기간 제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파견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꼽았다. 지침과 가이드라인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결정만으로 효력이 발생하지만, 비정규직 대책은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고쳐야 한다. 환노위 위원 16명의 절반인 야당 위원 8명이 반대하는 한 관련 법 개정안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사정은 정부가 노사정위 복원과 지침·가이드라인 제·개정에 목을 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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