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화성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전광판 전면에 ‘기아차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몽구가 책임져라!’라고 적은 펼침막을 내걸었다. 사진 이정용 선임기자
광고업체 “영업못해 월급도 못줘”
기아차 하청노동자에 수억 손배소
인권위, 노조쪽 긴급구제 신청거부
기아차 하청노동자에 수억 손배소
인권위, 노조쪽 긴급구제 신청거부
서울 중구 을지로1가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 전광판에 펼침막을 내걸고 50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기아자동차 하청노동자들을 상대로 전광판 운영업체가 수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업체는 주요 수입원인 전광판 광고를 전혀 하지 못해 영업상 피해가 크다고 했다.
기아차 화성공장 사내하청 노동자인 최정명(45), 한규협(41)씨는 지난달 11일부터 이 전광판 위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전광판 전면에는 ‘기아차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몽구가 책임져라!’라고 적은 펼침막을 내걸었다.
전광판 운영업체인 ㅁ사 관계자는 29일 “6월 기준으로 계약한 광고가 10여개였는데 이 중 4~5건이 해지됐다. 나머지 광고주도 농성 상황을 보면서 계약 여부를 다시 결정하겠다고 했다. 고공농성 이후로 직원 9명의 월급 지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노조가 속한 금속노조 쪽도 이런 사정을 안다. 최종원 농성상황실장은 “업체 쪽 어려움과 관련해 광고를 재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몇 가지 안을 제시했지만 업체 쪽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농성 초기 ㅁ사는 펼침막을 치우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농성중입니다. 비정규직 문제가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광고를 무료로 내주겠다고 금속노조 쪽에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아차 비정규직’ ‘정몽구’ 등의 단어를 넣어달라는 금속노조 쪽 요구에 ㅁ사는 이 제안을 철회했다고 한다. 양쪽은 다시 △펼침막을 전광판 전면이 아닌 측면에 거는 방안 △건물 옥상 난간에 거는 방안을 협의했지만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에 ㅁ사는 서울중앙지법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하루 영업손실액을 185만원으로 산정한 6억7000만원짜리 손해배상 소송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재판장 조용현)는 지난 16일 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고공농성 해제, 펼침막 철거, 건물 출입 금지를 결정했다. 이를 위반할 때마다 하루 100만원씩 ㅁ사에 지급하라고 했다. ㅁ사는 가처분결정을 근거로 고공농성 노동자들에 대한 식사 제공을 직계가족 외에는 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 이에 금속노조는 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했지만, 인권위는 ‘식사 제공을 봉쇄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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