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열정페이’ 첫 실태 조사
129곳 중 70곳 적발…시정 조치
미용실 1위…패션업·호텔 뒤이어
129곳 중 70곳 적발…시정 조치
미용실 1위…패션업·호텔 뒤이어
비수도권의 한 유명 호텔은 지난해 7월 성수기를 맞아 지역 대학을 통해 인턴 100명을 모집했다. 이 호텔에 필요한 노동력 140명 가운데 정규직 40명을 뺀 나머지 전원이다. 호텔 쪽은 ‘현장실습생’이라고 불렀으나 교육은 뒷전이었다. 인턴을 정규직 노동자와 똑같은 교대제에 편입시켜 상시 야근조로 쓰는가 하면, 필요할 땐 연장근로도 시켰다. 사실상 호텔 쪽이 직접 고용한 노동자처럼 부린 것이다. 하지만 호텔은 월급으로 1인당 30만원만 줬다. 지난해 최저시급(5210원)의 월급환산액은 108만8890원이다. 최저임금법 위반이다. 인턴을 쓴 두 달 동안 1인당 158만원을 덜 줬을 뿐만 아니라 휴일·연장근로·주휴 수당도 모조리 떼어먹은 셈이다.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해당 호텔에 최저임금과의 차액과 밀린 수당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고용부는 22일 인턴을 다수 고용한 사업장 129곳을 대상으로 상반기에 근로감독을 벌여보니 54.2%에 해당하는 70곳에서 노동 관련 법 위반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최저임금액 이하를 급여로 주거나 각종 수당을 주지 않은 곳이 51곳, 서면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곳이 19곳이다. 인턴을 빙자해 청년 노동력을 착취하는 이른바 ‘열정페이’ 논란과 관련해 정부가 본격적인 근로감독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 위반 사업장이 고용한 인턴 1204명한테 주지 않은 체불임금은 모두 12억3700만원에 이른다. 최저임금 위반액이 10억9300만원, 주휴·연장근로 수당을 비롯해 사용하지 않은 연차휴가 대신 줘야 할 수당 등을 포함한 금액이 1억4400만원이다.
임금을 떼어먹은 비율을 업종별로 보면, 미용실이 18곳 가운데 9곳(50%)으로 가장 높았다. 23곳 가운데 11곳(47.8%)이 적발된 패션업종과 44곳 중 16곳(36.4%)이 걸린 호텔업종이 뒤를 이었다.
정지원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인턴 활용과 관련한 현행 법령 등이 미비한 점을 고려해 하반기 중 ‘인턴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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