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취업규칙 설명회서 드러나
“노사 사전합의가 원칙이지만
기업운영·청년고용 확대 등 목적땐
노동자 동의 안거쳐도 효력 인정”
노동계, 사쪽 무분별 도입 우려
28일 공청회 저지 나서기로
“노사 사전합의가 원칙이지만
기업운영·청년고용 확대 등 목적땐
노동자 동의 안거쳐도 효력 인정”
노동계, 사쪽 무분별 도입 우려
28일 공청회 저지 나서기로
일정 나이에 이른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임금피크제에 대해 정부가 ‘노동자한테 불이익이 가는 만큼 노동자의 사전 동의를 얻는 게 원칙’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몇 가지 요건을 갖추면 노동자 쪽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를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계는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으로 정년보장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기업이 이 단서조항을 악용할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지원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설명회를 열어 28일 열리는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에서 발표할 정부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이 안을 바탕으로 노동계와 재계의 의견을 수렴해 다음달 중순께까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지침’을 만들어 시행할 계획이다. 기업들은 내년부터 300명 이상의 사업장에서 정년 60살이 의무화되는 상황을 앞두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정 국장은 “임금피크제가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아니라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며 “노사는 사업장 여건에 맞는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성실한 논의와 합의를 도출하도록 노력하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노동자에게 불리한 형태로 임금체계를 바꾸는 것이니 노동자의 동의를 얻으라는 얘기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회사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이익하게 바꿀 때는 과반을 대표하는 노조나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반드시 얻도록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바뀐 취업규칙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고용부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판단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노조나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임금피크제를 도입해도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경영의 환경 변화, 바뀐 취업규칙의 내용과 그 과정, 노동자 대표와 얼마나 성실히 협의절차를 진행했는지 여부, 동종산업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성 여부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회사 쪽이 이런 요건을 형식적으로 만족시킨 뒤 노동자 쪽의 동의 없이 임금피크제를 무분별하게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발한다. 또 퇴직을 앞둔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 절약된 회사 비용을 청년 고용에 쓴다는 보장도 없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노조가 없거나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은 회사가 불합리한 내용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더라도 사업장 안에서 집단적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이런 처지에 놓인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90%에 이른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가 노정 갈등의 핵심 뇌관 중 하나였던 이유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임금피크제는 근본적으로 노동자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제도인데, 정부가 나서 법에도 없는 내용의 지침을 사용자 편향적인 방향으로 내놓아 결국 노사갈등을 부추길 소지가 크다”고 짚었다. 양대노총은 손팻말 시위, 점거농성 등의 수단을 동원해 28일 오후 1시30분부터 서울 여의도 씨씨엠엠(CCMM) 건물에서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열리는 공청회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전종휘 기자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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