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경북 구미의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위에서 364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차광호씨가 지난달 26일 이곳을 찾은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의 음악콘서트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구미/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회사 헐값 인수된 뒤 집단해고 고통
노사교섭도 지난달 중순 이후 끊겨
‘또다른 먹튀’ 하이디스의 해고자들
대만으로 무기한 원정투쟁 떠나
“먹튀 기업 해고에 정부가 대책을”
노사교섭도 지난달 중순 이후 끊겨
‘또다른 먹튀’ 하이디스의 해고자들
대만으로 무기한 원정투쟁 떠나
“먹튀 기업 해고에 정부가 대책을”
차광호(45)씨는 25일 경북 구미의 45m 높이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에서 364번째 밤을 보냈다. 이 회사 해고자인 차씨는 매일 장기 고공농성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27일은 ‘고공농성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차씨는 물론 2013년 2월 함께 해고당한 뒤 여태껏 복직투쟁을 벌이는 동료 10명 그리고 회사 쪽도 바라지 않는 기록이다.
차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고는 했지만 몸 마디마디가 정상적이지 않고 기력도 많이 떨어졌다. 그래도 감내하고 이겨내려 한다”며 “회사가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힘으로 탄압해 일어난 싸움이기 때문에 고공농성 시간과 상관없이 우리가 이겨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차씨 등은 해고 이후 줄곧 회사 쪽의 ‘먹튀’(먹고 튄다는 뜻) 의혹을 제기해왔다. 모회사인 스타플렉스는 2010년 고용승계를 약속하고 폴리에스테르 원사를 만드는 스타케미칼을 399억원에 인수했다. 그 뒤 회사는 변변한 영업활동도 없이 설비와 공장터의 분리매각을 추진해왔다. 회사가 스타케미칼을 600억원 안팎에 팔면 돈을 벌겠지만,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회사 쪽과 근근이 이어오던 교섭도 지난달 중순 이후 뚝 끊겼다. 회사가 다른 법인을 세워 고용승계를 하겠다고 제안했으나 해고자들이 “그 회사도 조만간 없어질 것”이라고 거부한 뒤다.
반면 스타케미칼 쪽은 “회사가 인수한 뒤 초기 가동을 위해 200억원 가량을 투입하고 2년 정도 영업을 하며 350억원 정도 적자가 나는 등 550억원 이상을 추가 투입했기 때문에 먹튀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교섭 때 회사와 해고자들은 신설법인 설립과 근로조건 그리고 향후 노조활동 보장 등에 관한 부분까지 동의했으나 막판에 해고자들의 위로금 지급 문제 때문에 교섭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차씨가 끝날 기약 없는 고공농성을 이어간 이날 오전 11시 인천공항에서는 하이디스 해고자 등 11명이 대만행 비행기에 탔다. 이들도 돌아올 날을 기약하지 않은 ‘무기한’ 원정투쟁이었다. 엘시디(LCD) 패널 제조업체인 하이디스는 지난달 1일 265명을 희망퇴직시키고 79명을 정리해고했다. 그 충격으로 해고자 배재형씨가 11일 세상을 등졌고, 해고자들은 21일 수원지법에 정리해고 무효 소송을 냈다. 하이디스는 2008년 대만의 영풍그룹이 고용승계를 약속하고 인수한 뒤 지난해 무려 840억원의 당기순익을 냈다. 그런데도 회사는 폐업과 정리해고를 강행해 먹튀 논란을 불렀다. 전국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 이상목 지회장은 “공장폐쇄·정리해고 철회, 유가족 대책 마련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전까지는 돌아오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차의 먹튀 논란 속에 2009년 정리해고를 단행한 쌍용자동차 해고자의 복직교섭도 12차례를 넘겼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다.
전문가들은 고용승계 약속과 함께 기업을 인수한 뒤 이뤄지는 무분별한 해고와 먹튀 논란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기업의 집단해고가 요건을 갖췄는지 정부가 근로감독을 통해 적극적으로 판단하는 한편, 대량해고의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긴급조정을 할 수 있는 등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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