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오는 24일로 예정된 총파업 배경을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막지 못하면 앞으로 노조를 통해 우리의 권리를 지켜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총파업 앞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21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의 사무실 책상 위에는 7개의 결재서류가 놓여 있었다. 당장 24일로 다가온 총파업의 시동을 거는 민주노총의 위원장한테도 일상적으로 처리해야 할 업무가 적지 않다. 한 위원장은 “현장에 비중을 두려 노력하는데, 부산에서 막걸리를 생산하는 ‘생탁’ 동지와 택시 동지들이 고공에 올라간 현장에 가보지도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출신인 한 위원장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막지 못하면 앞으로 노조를 통해 우리의 권리를 지켜낼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정부가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구조 개편에 대해 “주장과 의견은 서로 다를 수 있다”면서도 충분한 사회적 대화 없이 일정을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현재 방식은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최근 결렬된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갑작스럽게 청년고용 문제를 결부하며 합의를 종용한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10대 재벌이 500조원 넘는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있는 상황에서 ‘정규직 과보호론’만으로 청년고용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과장된 논리라는 얘기다. 그는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나서게 된 배경에 대해 “정부가 정규직을 공격하는 것은 다른 속셈이 있는 것 아닌가 싶다”며 “그것은 한국 사회의 저항세력인 노동조합의 무력화”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4월24일 하루만 총파업인 게 아니다. 5월, 6월 파상파업이 기다리고 있다. 전체 80만 조합원 가운데 금속, 건설, 민주일반, 화섬, 전교조, 공무원, 교수, 비정규 교수, 대학 노조 등 35만~42만명이 참여하는 투쟁 동력이 우리에게 있다”고 했다.
올해 11월이면 20돌을 맞는 민주노총의 미래에 대해서도 그는 고민이 깊다고 했다. 1995년 출범 때부터 민주노총을 지탱해온 핵심 2대 과제, 진보정치와 산별노조가 성공했는지 톺아볼 요량이다. “진보정치와 산별노조라는 양 날개로 20년을 걸어왔는데, 두 날개가 다 부러졌다. 내 몸에서 제대로 자란 날개가 아니라 긴급하게 본드로 붙인 날개였다. 더디지만 다시 내 몸에서 자라는 날개가 필요한 때”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 위원장은 이번 총파업이 조합원의 이익만 지키기 위해 벌이는 건 아니라고 했다. “이 땅의 모든 노동자가 노동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일을 해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 80만 조합원의 복리와 권리만을 위해 투쟁하지는 않겠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민주노총의 모든 역량을 쏟겠다. 세월호의 진실도 규명해야 한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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