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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송아빠처럼…아이 돌보는 ‘슈퍼맨’ 늘었지만 ‘새발의 피’

등록 2015-04-16 20:13수정 2015-04-16 23:08

아기를 돌보는 아빠. 강창광 기자
아기를 돌보는 아빠. 강창광 기자
올해 1분기 ‘아빠 육아 휴직’
작년보다 56% 증가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4.5%뿐
소득 감소·승진 누락 걱정에 주저
부서장에게 인사고과 가점 주는 등
조직 문화 바꾸고 정책 지원 늘려야
올해 1분기 육아휴직을 간 아빠가 지난해보다 5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체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머물러 ‘아빠 육아휴직’ 지원 대책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용노동부는 16일 “올해 1분기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87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64명에서 55.9%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여성을 포함한 전체 육아휴직자 수도 1만6180명에서 1만9743명으로 22.0% 늘었다.

고용부는 “‘육아는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이 바뀌는 등 사회 인식의 변화에 힘입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1년 아빠도 육아휴직을 갈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된 뒤 지난해 10월부터는 엄마·아빠 가운데 두번째로 육아휴직을 가는 이한테 첫달 육아휴직 급여로 통상임금의 100%(최대 150만원)까지 주는 ‘아빠의 달’ 제도가 시행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연간 남성 육아휴직자는 2010년 819명에서 지난해 3421명으로 꾸준히 느는 추세다. 하지만 지난해 육아휴직자 7만6833명 가운데 남성 비중은 4.5%뿐이다.

왜 남성 노동자는 육아휴직을 가기 힘든 걸까? 국내 한 정보기술(IT) 대기업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정아무개(38) 과장은 “네살·여섯살 딸이 있는데 육아휴직은 쓸 생각을 못해요. 회사가 육아휴직에 색안경을 끼고 보진 않아요. 하지만 요즘 사내에서 성과를 많이 얘기하는데, 육아휴직을 다녀오면 경력 단절이 생기고 성과 경쟁에서도 뒤쳐집니다. 결국 인사평가를 낮게 받고 승진도 어려워져요”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남성 육아휴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육아휴직 여부를 결정할 때 남성이 가장 많이 걱정한 건 소득 감소(41.9%)다. ‘승진 등 직장 내 경쟁력 저하’(19.4%), 동료의 업무 부담(13.4%) 등이 뒤를 이었다.

남성 육아휴직을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인 소득 감소 걱정에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한 임금 구조가 큰 구실을 한다. 여성 노동자의 임금이 남성의 67% 수준이라 아빠가 육아휴직을 가면 가정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성별 임금 차별의 모순을 해소하는 동시에 아빠든 엄마든 육아휴직을 갈 때 통상임금의 40%(100만원 한도)만 주는 현재의 육아휴직 급여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를 자랑하는 스웨덴은 육아휴직 때 이전 급여의 80%를 보전해준다.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올해 1분기 남성 육아휴직자 879명 가운데 54.3%가 300명 이상 사업장 소속이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300명 이상 사업장 소속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분의 1에 불과한데도 육아휴직자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중소기업에서 일하거나 비정규직인 남성 노동자의 육아휴직 사용은 가물에 콩 나 듯하는 셈이다.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성 육아휴직을 늘리려면 육아휴직자가 나온 부서나 부서장한테 인센티브를 주는 등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며 “육아휴직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고 투자와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짚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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