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서 서울대병원 꼼수 드러나
“정부 변경요건 완화 강행 땐
노동현장 갈등 더 심해질 것”
“정부 변경요건 완화 강행 땐
노동현장 갈등 더 심해질 것”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바꿀 때는 반드시 과반의 동의를 얻도록 한 근로기준법 조항이 일부 현장에서는 사용자 쪽의 온갖 꼼수로 제구실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정 대화 결렬 뒤 정부가 강행하려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가 이뤄지면 노동현장의 갈등이 더 커지리라는 우려가 크다.
민주노총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개정과 노동기본권 침해 토론회’에서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 학교 현장의 실태와 관련한 증언이 쏟아졌다. 예컨대 서울대병원은 취업규칙을 고치는 과정에서 병원 쪽이 서명을 무리하게 강요했다며 노조가 노동청에 진정을 내는 등 갈등을 빚다 23일 전면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날 증언에 나선 박경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장은 병원 쪽이 오전 7시30분에 퇴근하는 야근자를 2시간 동안 붙잡고 동의서를 강요하는가 하면 휴일근로 중인 간호사한테서 동의서를 받으려고 관리자가 일부러 출근해 1시간 동안 서명을 종용했다고 말했다. 관리자가 병원이 아닌 외부 식당이나 커피숍 등으로 대상자를 불러내 서명을 닦달하기도 했다고 박 분회장은 전했다.
앞서 서울대병원은 호봉보다 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바꾸고 병원 쪽이 저성과자로 규정한 이는 승진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개정해 2월 중순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의 약점을 잡아 서명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규직 관리자가 6달짜리 기간제 노동자를 불러 “(고용) 연장 계약이 저절로 되는 줄 아느냐”며 동의서를 내밀어 서명을 받고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되는 기간제 노동자들을 지난해 11월23일 면접하고도 12월31일까지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채 그 사이에 서명을 강요한 사례도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박경득 분회장은 “병원이 전직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게 되면 환자의 진료비가 느는 등 의료 공공성이 약해질 게 뻔해 노조는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병원 쪽은 바뀐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전공의와 비정규직한테도 서명을 받아갔다”고 비판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정부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 개정과 이를 통한 해고 확대나 임금 삭감에 나설 게 아니라 노사 간 권력관계를 수평적으로 만들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노조 주장이 구체적이지 않아 우리도 확인하기 어렵지만, 병원이 그렇게 치사하게 일처리를 하진 않는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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