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고용노동부는 12일 전국 727개 사업장의 2013년 단체협약(단협)을 분석해 발표하며 유독 ‘노조의 부도덕성’을 강조했다. 조사 대상 단협의 30.4%가 정년퇴직자나 업무상 재해자 등의 가족을 우선채용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고, 조합원이나 조합 간부의 배치전환 때 노조의 동의를 얻도록 한 곳도 24.9%에 이른다는 이유에서다. 정리해고 때 노조의 동의를 얻도록 한 회사도 17.2%(125곳)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고용부는 이런 단협 규정이 “경영상 신속한 의사 결정을 힘들게 해 기업 생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실태조사 결과 가운데 정년퇴직자나 현직 조합원의 자녀 등을 우선채용하도록 한 경우(19.9%)는 청년 취업난이 극심한 현실에서 이들의 취업 기회를 박탈할 수 있어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될 만하다. 그러나 일하다 다치거나 숨진 사원의 가족을 채용해 이들의 어려운 생계를 돕자는 것마저 도매금으로 비난을 받아야 할 일인지는 모르겠다. 더구나 단협 규정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는지,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고용부도 모른다. 고용부 관계자조차 “조항이 이미 사문화된 회사도 많아 이것만으로 ‘현대판 음서제’라고 하는 건 과도하다”고 말할 정도다.
노조의 경영·인사 관여 조항도 마찬가지다. “어떤 식으로든 기업 경영에 노동자가 참여하게 하는 것이 민주화”라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노동자의 경영참여는 안정적인 기업 경영과 노사분쟁의 예방이라는 측면에서 권장할만한 일이다. 법률 위반도 아니다. 고용부는 복수노조 시행 3년을 맞아 처음으로 실태조사를 했다며 정작 발표의 초점은 ‘정규직 과보호’ 비판에 뒀다.
1998년 외환위기 뒤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와 파견 도입 수용이라는 희생을 대가로 정치참여와 공무원·교사의 단결권을 얻었다. 그런데도 고용부는 공무원노조(2009년)와 전교조(2013년)를 법외노조로 내쫓는 데 앞장섰다. 사회적 대화의 한 축인 노조를 약화시킨 고용부가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명분으로 노조의 도덕성 흠집 내기에 나서는 건 편향적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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