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왼쪽)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노총 최저임금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과 월 209만원을 요구하는 회견문을 읽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불붙은 최저임금 인상론] 노·사·정 큰 사각차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여느 해에 비해 빨리 달아오르면서 내년치 최저임금을 어느 수준에서 결정할지를 두고 벌써부터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민주노총은 12일 내년치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79.2% 올려 1만원으로 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이상으로 정해놓자는 안을 공식화했다. 노동계 일부에선 정부가 공공기관 용역노동자 임금 지급의 기준으로 삼는 시중노임단가 수준(8000여원)을 최저임금의 토대로 삼자는 의견도 나온다. 최저임금은 노사 대표와 공익위원이 참가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6월 말께까지 결정해 통보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8월5일까지 결정해 고시해야 한다.
민주노총 “1만원” 한달 필요비 208만원 역산
경총 “동결” 기업들 이미 큰 부담 주장
새누리 “……” 최저임금위원회 결정 존중
새정치 “6360원”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로
정의당 “8019원” 시중노임단가 적용 늘려서 ■ 민주노총 “최저임금 1만원” 민주노총은 이날 내년치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과감한 제안이다. 민주노총은 “상징적인 요구가 아니다”라고 했다. 도시근로자가구 소비지출과 가구당 2.5명을 적용해 따지면 208만여원이 필요한데, 이를 한 달 노동시간(209시간)으로 나누면 시간당 9995원이 나온다는 것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전일제 노동자의 임금 평균값 대비 최저임금 비율(35%)이 29개 나라 가운데 20위에 그치고, 중위값(전체를 일렬로 줄 세울 때 중간치)을 잣대로 하면 43%에 그쳐 28개 나라 가운데 21위다. 이런 격차를 가능한 한 빨리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80% 가까운 인상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노동계 일각에서는 시중노임단가를 공공부문 최저임금으로 설정하고 이를 점차 민간 분야로 넓혀가자는 제안을 내놓는다. 시중노임단가는 중소기업중앙회가 매년 두 차례 제조부문 보통인부의 노임을 조사해 발표하는 것으로 올해 상반기엔 시간당 8019원이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당장 1만원은 어렵기 때문에, 공공부문 최저임금 기준이라고 볼 수 있는 시중노임단가를 공공부문부터 적용해 민간에 단계적으로 확대하자”고 말했다. 정부는 2013년부터 시중노임단가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공공기관과 공사립 대학 등이 청소·경비 등 용역노동자를 쓸 때 줘야 할 임금의 기준점으로 정했다. 현재는 권고에 그치지만 법을 고쳐 이를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중기중앙회가 조사해 발표하는 것이라 기업으로서도 거부감이 덜하고, 이는 노동계가 주장해온 5인 이상 사업체 평균임금 50%와도 거의 일치한다”고 말했다. ■ 새정치 “노동자 평균임금 절반은 돼야” 새정치연합은 최저임금의 하한선을 노동자 ‘정액급여’ 평균의 50%로 법제화한 뒤 차츰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이상으로 인상하자는 입장이다. 세전소득을 뜻하는 평균임금은 기본급 중심의 정액급여에서 각종 수당과 사회보험료를 떼기 전 액수라 규모가 더 크다. 2014년 기준 각각 7600원, 6360원 수준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정액임금 50%에서 시작해 평균임금 50%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올리되, 인상의 폭과 속도는 여야가 합의해 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오전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한 중소기업에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지원책을 병행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보조금 지급과 세금 감면 등의 중소기업 지원책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될 수 있게 하는 방안 등 10여가지의 보완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새누리당은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면서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에 정치권이 직접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새누리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 것에 대해 당 지도부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야당에서 주장하듯 최저임금 논의를 위해 여야정 회동을 벌인다든지, 최저임금을 법제화해 강제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노사정의 조율과 합의 정신이 반영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재계는 “인상보단 안정화”
재계는 최저임금이 지난 14년간(2000~2013년) 연평균 8%에 이를 정도로 지속적으로 올라 ‘근로자의 최저생계 보장’이라는 정책적 목표가 이미 달성됐다고 주장한다. 기업의 최저임금 부담이 지나치게 늘어 이제는 인상이 아니라 ‘안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경영계는 아직 올해 최저임금 인상안을 구체적인 수치로 내놓지는 않고 있다. 다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5일 전국 회원사에 내려보낸 ‘2015년 경영계 임금조정 권고’에서 올해 적정 임금인상률을 1.6%(명목 기준)로 제시한 바 있다. 최저임금 안정론과 임금조정 권고안으로 미뤄볼 때 올해도 최저임금 ‘동결’을 내세울 공산이 크다.
경총은 ‘현행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로 노동계가 내세우는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의 평균임금’ 지표는 편의적인 잣대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달리, 재계가 최저임금 논의·결정의 기초로 삼는 상대적 기준은 ‘1인 이상 사업체 전체 근로자의 중위소득값’이다. 이 기준으로 따지면 현행 최저임금은 이미 중위소득값 이상 수준에 도달했다는 게 재계의 논리다. 김동욱 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시하는 최저임금의 객관적 기준은 없다. 노동계가 ‘평균임금’을 자의적 기준으로 제시한 데 대응해, 경총은 소극적으로 ‘중위임금’을 내세우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경총은 노동계의 시중노임단가 적용 주장에 대해 “기업에 또 다른 부담을 안기는 것”이라며 논의 대상이 되는 것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전종휘 이세영 김경욱 조계완 기자 symbio@hani.co.kr
경총 “동결” 기업들 이미 큰 부담 주장
새누리 “……” 최저임금위원회 결정 존중
새정치 “6360원”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로
정의당 “8019원” 시중노임단가 적용 늘려서 ■ 민주노총 “최저임금 1만원” 민주노총은 이날 내년치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과감한 제안이다. 민주노총은 “상징적인 요구가 아니다”라고 했다. 도시근로자가구 소비지출과 가구당 2.5명을 적용해 따지면 208만여원이 필요한데, 이를 한 달 노동시간(209시간)으로 나누면 시간당 9995원이 나온다는 것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전일제 노동자의 임금 평균값 대비 최저임금 비율(35%)이 29개 나라 가운데 20위에 그치고, 중위값(전체를 일렬로 줄 세울 때 중간치)을 잣대로 하면 43%에 그쳐 28개 나라 가운데 21위다. 이런 격차를 가능한 한 빨리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80% 가까운 인상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노동계 일각에서는 시중노임단가를 공공부문 최저임금으로 설정하고 이를 점차 민간 분야로 넓혀가자는 제안을 내놓는다. 시중노임단가는 중소기업중앙회가 매년 두 차례 제조부문 보통인부의 노임을 조사해 발표하는 것으로 올해 상반기엔 시간당 8019원이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당장 1만원은 어렵기 때문에, 공공부문 최저임금 기준이라고 볼 수 있는 시중노임단가를 공공부문부터 적용해 민간에 단계적으로 확대하자”고 말했다. 정부는 2013년부터 시중노임단가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공공기관과 공사립 대학 등이 청소·경비 등 용역노동자를 쓸 때 줘야 할 임금의 기준점으로 정했다. 현재는 권고에 그치지만 법을 고쳐 이를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중기중앙회가 조사해 발표하는 것이라 기업으로서도 거부감이 덜하고, 이는 노동계가 주장해온 5인 이상 사업체 평균임금 50%와도 거의 일치한다”고 말했다. ■ 새정치 “노동자 평균임금 절반은 돼야” 새정치연합은 최저임금의 하한선을 노동자 ‘정액급여’ 평균의 50%로 법제화한 뒤 차츰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이상으로 인상하자는 입장이다. 세전소득을 뜻하는 평균임금은 기본급 중심의 정액급여에서 각종 수당과 사회보험료를 떼기 전 액수라 규모가 더 크다. 2014년 기준 각각 7600원, 6360원 수준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정액임금 50%에서 시작해 평균임금 50%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올리되, 인상의 폭과 속도는 여야가 합의해 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오전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한 중소기업에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지원책을 병행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보조금 지급과 세금 감면 등의 중소기업 지원책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될 수 있게 하는 방안 등 10여가지의 보완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새누리당은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면서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에 정치권이 직접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새누리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 것에 대해 당 지도부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야당에서 주장하듯 최저임금 논의를 위해 여야정 회동을 벌인다든지, 최저임금을 법제화해 강제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노사정의 조율과 합의 정신이 반영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폭에 대한 노·사·정 견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