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역할·최저시급 등 알려주는
웹툰 ‘송곳’·알바몬광고 등 호평
“광고·만화로 노동법 공부”
웹툰 ‘송곳’·알바몬광고 등 호평
“광고·만화로 노동법 공부”
대학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우아무개(24)씨는 노동법을 만화로 배웠다. 대형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결성 과정을 현실보다 더 날카롭게 그리고 있는 웹툰 <송곳>을 보기 전까지는 ‘노동 문제’를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최저시급도 받지 못하고 피시방 아르바이트를 하던 친구가 떼인 ‘알바비’를 받으러 고용노동청을 뛰어다니는 것을 본 우씨는 “노동 문제는 일상의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송곳>을 본 뒤 영화 <카트>까지 몰아서 봤다.
23일 서울 명동 중앙우체국 광고탑 ‘고공농성’ 집회에 참여한 엘지유플러스(LGU+) 비정규직 김해지역 지회장인 강재후(41)씨는 설 연휴에 노무사를 주인공으로 한 특집 드라마 <인생추적자 이재구>를 봤다. 변호사나 의사가 아닌 노무사가 주인공인 드라마는 전례가 없다. 강씨는 “노조 활동을 하면서 고용노동부의 고용감독관마저 사쪽 입장을 대변한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고 했다. 드라마에서는 20년간 맡았던 회계 업무가 아닌 영업직으로의 갑작스런 전환배치와 이로 인한 산재 사망, 이를 덮기 위한 사쪽의 회유와 협박·매수, 산재 판정을 받기 위한 절차와 법적 지렛대들이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독일·프랑스 등 학교에서 적극수업
전문가 “노동자 권리 교과로 배워야” 요즘 청소년들은 ‘전태일의 근로기준법’은 몰라도 ‘혜리의 최저시급 5580원’은 안다.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인 혜리는 최근 일부 피시방 업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알바 권리 챙기기’ 광고(사진)에 등장해 최저시급과 야간수당 전도사가 됐다. 서울지역의 한 검사는 “정부가 예산을 들인 어떤 홍보보다도 엄청난 노동법 교육 효과를 봤을 것”이라고 했다. 5년차 직장인 김아무개(30)씨는 “혜리가 나오는 광고를 보면서 법으로 정해진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했다. 직장인 윤아무개(33)씨도 “노동법을 가르치는 곳이 없다 보니 웹툰을 보며 공부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대다수 국민의 일상이 노동인데도 우리 사회는 학교 교육이 아닌 만화와 드라마, 텔레비전 광고로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노동조합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등 노동법을 배운다. <송곳>에선 대기업 직장인을 주인공으로 한 웹툰 <미생>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 노조의 역할이 자세히 묘사되고 있다. 주인공인 노무사 구고신은 나이 든 노동자들을 앞에 두고 “이런 건 학교에서 가르쳐야 되는 건데…”라며 한숨을 쉰다. “독일은 초등학교에서 모의 노사교섭을 하고, 프랑스는 고등학교 사회 수업에서 교섭 전략을 짠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은 노동 자체를 외면하거나 부정적으로 가르친다. 송태수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앞으로 학생들의 삶에서 노동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어떤 문제를 담고 있는지 설명해줘야 하는데 우리 교육과정에는 그런 부분이 거의 없다.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배웠다는 학생은 찾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일본의 사회과 교과서는 우리 근로기준법에 해당하는 내용을 헌법만큼의 분량으로 소개하고 있다. 노동을 이념편향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아직도 많은데, 노동이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인지 제도권 교육에서 현실감 있게 다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아르바이트 광고에까지 노동법이 등장한 것은 그만큼 일상에서 중요한 영역이라는 방증이다. 적어도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법 같은 기본적인 내용과 노동자의 권리는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고 노동 현장에 나와야 문제에 봉착했을 때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전문가 “노동자 권리 교과로 배워야” 요즘 청소년들은 ‘전태일의 근로기준법’은 몰라도 ‘혜리의 최저시급 5580원’은 안다.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인 혜리는 최근 일부 피시방 업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알바 권리 챙기기’ 광고(사진)에 등장해 최저시급과 야간수당 전도사가 됐다. 서울지역의 한 검사는 “정부가 예산을 들인 어떤 홍보보다도 엄청난 노동법 교육 효과를 봤을 것”이라고 했다. 5년차 직장인 김아무개(30)씨는 “혜리가 나오는 광고를 보면서 법으로 정해진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했다. 직장인 윤아무개(33)씨도 “노동법을 가르치는 곳이 없다 보니 웹툰을 보며 공부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대다수 국민의 일상이 노동인데도 우리 사회는 학교 교육이 아닌 만화와 드라마, 텔레비전 광고로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노동조합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등 노동법을 배운다. <송곳>에선 대기업 직장인을 주인공으로 한 웹툰 <미생>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 노조의 역할이 자세히 묘사되고 있다. 주인공인 노무사 구고신은 나이 든 노동자들을 앞에 두고 “이런 건 학교에서 가르쳐야 되는 건데…”라며 한숨을 쉰다. “독일은 초등학교에서 모의 노사교섭을 하고, 프랑스는 고등학교 사회 수업에서 교섭 전략을 짠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은 노동 자체를 외면하거나 부정적으로 가르친다. 송태수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앞으로 학생들의 삶에서 노동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어떤 문제를 담고 있는지 설명해줘야 하는데 우리 교육과정에는 그런 부분이 거의 없다.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배웠다는 학생은 찾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일본의 사회과 교과서는 우리 근로기준법에 해당하는 내용을 헌법만큼의 분량으로 소개하고 있다. 노동을 이념편향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아직도 많은데, 노동이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인지 제도권 교육에서 현실감 있게 다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아르바이트 광고에까지 노동법이 등장한 것은 그만큼 일상에서 중요한 영역이라는 방증이다. 적어도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법 같은 기본적인 내용과 노동자의 권리는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고 노동 현장에 나와야 문제에 봉착했을 때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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