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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동양시멘트 ‘17년간 일감 하청’ 2곳 240명 직접고용하라”

등록 2015-02-15 21:01

고용부 ‘원-하청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첫 인정

동양서 하청대표 보수까지 정해
‘하청 노동자 이미 원청 소속’ 인정
불법파견 판단보다 전향적 결정

동일·두성기업 소속 노동자들
동양 상대로 정규직 주장 가능
고용노동부가 시멘트 업계 2위인 동양시멘트한테 이 회사 삼척 공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 240여명을 직접고용하라고 통보했다. 이들 노동자가 형식적으론 사내하청 업체 소속이지만 입사 때부터 동양시멘트가 실제 사용자라는 판단에 따른 조처다. 고용부가 이처럼 사내하청 노동자와 원청 사이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노동계는 이런 위장도급이 만연한 중소 제조업체 전반에 대한 근로감독을 벌이라고 요구했다.

중부고용노동청 태백지청은 13일 동양시멘트 사내하청 업체인 두성기업과 동일의 노동자들이 제기한 진정 사건의 결과를 통지하며 “동일, 두성기업 근로자들과 동양시멘트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있다고 판단된다”며 “동양시멘트에 두 기업의 근로자들과 근로계약 체결 등 직접고용을 위한 제반 조처를 취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는 노동자와 회사가 맺은 계약의 형태와 상관없이 이미 회사가 실질적으로 노동자를 직접고용한 상태로 보는 것이다. 고용부 판단을 근거로 두 사내하청 업체 노동자 240여명은 동양시멘트한테 자신들이 이미 이 회사의 정규직 노동자임을 주장할 수 있으며, 입사 뒤 정규직 노동자와 차별받은 임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고용부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적용한 건 의미가 작지 않다. 최근 몇 년간 간접고용이 크게 늘어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이 진짜 사용자임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한 사건에서 고용부가 ‘불법파견’을 인정한 사례는 더러 있으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한 경우는 없었다. 둘 모두 위장도급에 해당하지만, (노동자가 원청에 고용 의무를 이행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불법파견 판정에 비해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는 ‘이미 원청 소속 노동자임’을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고용관계를 명확히 하고 밀린 임금 등을 받기에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둘을 나누는 결정적 기준은 노동자와 원청업체 중간에 낀 사내하청 업체의 실체가 있느냐다. 실체가 있으면 하청업체와 원청업체, 하청 노동자 사이에 파견 관계가 성립하는지를 보고, 실체가 없으면 이미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했다고 본다.

고용부는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석회석을 캐고 이를 잘게 부수는 일을 맡은 두성기업과 동일은 하청업체로서 실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17년간 두 업체의 일감은 모두 동양시멘트 하청이었고, 동양시멘트 공장 안의 사무실과 각종 장비를 공짜로 썼으며, 두 업체 대표의 보수도 원청이 결정했다는 게 판단 근거다. 심지어 동양시멘트의 결정으로 두 회사의 대표와 노동자를 맞바꾸는 등 사업의 실체와 독립성이 전혀 없다고 고용부는 봤다.

민주노총 강원본부의 최창동 동양시멘트 동일지부장은 15일 “휴가를 갈 때도 원청에 보고해야 하는데, 원청 관리자가 ‘왜 가냐’며 못 가게 하기도 하는 등 모든 업무 지시와 노무관리를 동양시멘트가 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대법원이 2010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씨의 불법파견 판결 때 하청업체의 실체를 상당 부분 부인하면서도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을 내린 뒤 법원에서 자취를 감추다시피한 이 법리 적용이 되살아나리라고 기대한다. 김태욱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상당수 제조업체가 이런 식의 간접고용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 조직력이 약한 지방 중소업체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됐다”며 “고용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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