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경기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조명기구 전문업체 오스람코리아는 지난해 10월 직원 270여명 가운데 49명을 명예퇴직시켰다. 독일계 회사라 9월에 회계결산을 하는데, 200억원 이상의 영업흑자가 예상되는데도 회사가 구조조정을 강행하는 데 위기감을 느낀 노동자들은 10월18일 금속노조 경기지부 소속의 노조를 설립했다. 그리고 11월부터 단체협약을 맺기 위한 교섭을 근무시간 중에 회사 안에서 하자고 회사 쪽에 요청했다.

하지만 회사는 9차례 걸친 노조의 교섭 요구에 “근무시간 외에 회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하자”는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노동조합법은 노사교섭의 장소와 시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대부분의 회사가 사업장 안에서 근무시간 중에 하는 게 관례다. 노사교섭이 노조의 이익만을 위한 게 아니라 회사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결국 경기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지노위는 양쪽의 요구를 절충해 회사 안팎에서 한 번씩 번갈아가며 교섭을 하는 조정안을 냈다.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했으나 회사 쪽이 끝내 거부해 조정은 결렬됐다. 지노위는 지난 12일 낸 결정문에서 “사용자의 태도는 사회 통념에 비춰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노위 고위관계자는 2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해할 수 없는 회사”라고 말했다. 지노위에서 기업 쪽을 대표하는 사용자위원인 오기섭 경기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도 “8년째 사용위원을 하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회사가 노조와 교섭할 준비가 전혀 안 된 듯하다”고 말했다.

보다 못한 이덕희 안산고용노동지청장이 중재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이 지청장은 “내가 밥을 살 테니 회사 사장, 금속노조 경기지부장 등 3자가 만나 협의하자고 해도 회사 쪽은 싫다고만 한다”며 답답해했다. 조동윤 오스람코리아분회장은 “회사가 ‘외부인인 산별노조는 공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하는 등 산별노조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부당노동행위로 회사를 고소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오스람코리아 관계자는 “공장 안에 가스나 위험물질이 많아 시설물 안전 문제가 걸리고 노조가 과격하게 나올 수도 있다. 회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근무시간 중에 교섭을 할 순 없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