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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법원 “톨게이트 징수원 직접고용해야”

등록 2015-01-08 22:30수정 2015-01-09 00:00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 징수 노동자.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 징수 노동자.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도로공사의 지휘·명령 받아” 인정
공공기관 불법파견 남발에 제동
용역회사 소속 529명 손 들어줘
전국에 7200명…소송 이어질 듯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에서 요금징수원으로 일하는 40대 박아무개씨는 ‘아펙스서울’이라는 용역회사 소속 노동자다. 2003년부터 한국도로공사 소속 기간제 노동자로 6년 동안 일했는데, 도로공사는 2009년 요금징수원들을 지금의 용역회사로 옮기도록 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도 회사를 옮기면서 박씨와 그의 동료들의 시급은 5500원에서 4200원으로 되레 줄었다. 150명가량의 요금징수원을 거느린 용역회사에 사장은 무려 5명으로 모두 도로공사 고위직 출신이다. 박씨는 “줄어든 월급이 어디로 갔을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속은 용역회사지만 일은 톨게이트 옆 도로공사 서울영업소의 도로공사 직원이 주로 시켰다. 특정 요금소에 줄이 길어지면 원청인 도로공사 직원이 와서 따지기도 했다. 징수원의 출퇴근이나 휴가는 용역업체가 도로공사에 일일이 보고하고 검토를 받았다. 4개 조가 돌아가며 3교대 근무를 하는데, 개별 조를 관리하는 도로공사 직원이 한명씩 배치됐다. 징수 업무가 끝나면 원청인 도로공사 소속 관리자가 운전자한테 받고 거슬러준 돈의 액수가 맞는지 일일이 확인했다. 적법한 도급이라면 모두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다.

법원이 박씨처럼 일하는 요금징수 노동자는 용역업체가 아니라 원청인 한국도로공사 소속 노동자라고 판결했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5부(재판장 김종문)는 6일 노동자들이 용역업체 소속임에도 실제로는 도로공사의 지휘·명령을 받아 일한 점을 인정하고 “도로공사와 근로자들이 소속된 외주 운영자들 사이에 체결된 용역계약은 실질적으로 근로자 파견 계약에 해당한다”며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을 낸 노동자 529명 모두의 손을 들어줬다.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동자의 일에 개입하지 않아야 도급계약으로 인정해줄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도로공사가 개입했으므로 도급이 아니라 파견노동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고속도로 징수원은 파견이 허용된 업종이 아니어서 ‘불법파견’이다.

이 판결로 2007년 7월 이전에 용역업체에 들어온 노동자 202명은 일한 지 2년이 지난 때부터 파견법에 따라 도로공사에 고용된 것으로 봐야 하고, 2007년 7월 이후 입사한 327명은 도로공사가 직접고용을 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톨게이트가 334곳에 이르고 용역회사에 소속돼 일하는 노동자는 7200여명에 이르는데다 노동 형태도 비슷해 법원의 확정판결이 이뤄지면 파급력이 클 전망이다. 유사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로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이 이런 간접고용과 불법파견을 남발하는 데 대한 비판도 거세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강상현 변호사는 8일 “공기업인 도로공사가 정부 정책에 따라 외주화에 나서 불법파견까지 간 것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정부의 관리감독이 문제다. 공사는 징수원을 당장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로공사는 이들을 직접고용할 계획이 없다며 항소 방침을 밝혔다.

전종휘 김규원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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