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를 비롯한 ‘정리해고-비정규직법제도 전면 폐기를 위한 행진단’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4년만의 신차 ‘티볼리’ 출시에
마힌드라 회장 방한 앞두고
‘6년 현안 해결’ 한목소리 촉구
‘아이스버킷’ 본딴 시민 모금에
종교계선 오체투지 행진 동참
“화합 메시지, 재도약에도 큰힘”
마힌드라 회장 방한 앞두고
‘6년 현안 해결’ 한목소리 촉구
‘아이스버킷’ 본딴 시민 모금에
종교계선 오체투지 행진 동참
“화합 메시지, 재도약에도 큰힘”
대규모 정리해고에 이은 26명의 죽음으로 한국 사회에 거대한 생채기를 남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와 관련해 회사 쪽이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쌍용차가 13일 4년 만의 새 차를 출시하며 재도약을 꿈꾸는 상황인데다 12일엔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방한할 예정이어서 이참에 복직 문제를 풀고 가는 게 좋다는 제안이 나온다.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경기도 평택 쌍용차 공장 굴뚝에 오른 2009년 해고자 김정욱·이창근씨는 8일로 27번째 밤을 보냈다.
해고자 복직 문제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13일 출시되는 쌍용자동차의 소형 스포츠실용차(SUV) 티볼리다. 코란도 시(C) 이후 4년 만에 나온 새 모델인데다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한 뒤 기획한 첫 차라 기대감이 높다. 시장의 반응도 괜찮다. 쌍용차 입장에서도 이번이 해고노동자 복직 문제를 풀어 화합의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2009년 정리해고 사태 이후 한없이 추락해온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이 많다.
현대기아차 에쿠스·제네시스·케이(K) 시리즈 개발 등에 참여한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과)는 “티볼리는 가격, 디자인, 완성도 등이 두루 좋은데다 세계적으로 소형 스포츠실용차 시장이 커지고 있어 시장의 기대가 크다. 티볼리 출시를 계기로 정리해고자까지 복직시키면 쌍용차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것은 물론 화합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마힌드라 회장이 새 차 출시 전날 한국을 찾기로 한 것도 복직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그는 2013년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의원들을 인도 본사에서 면담할 때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복직 여부를) 좀더 전향적인 자세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불교와 개신교 등 종교계도 쌍용차의 대승적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7일부터 도철 스님 등 조계종 노동위원회 소속 승려 10명이 서울 구로동 쌍용차 정비사업소 앞에서 시작해 국회-대법원-대한문으로 11일까지 이어지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오체투지 행진에 동참하며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조계종 노동위는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6일 (현재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속한) 평택의 쌍용차 기업노조를 찾아 맹추위에 70m 높이의 공장 굴뚝에서 농성 중인 두 해고자가 내려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뜻을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가수 이효리씨 등이 일찌감치 회사 쪽의 변화를 촉구하는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이씨는 지난달 18일 트위터에 “신차 티볼리가 많이 팔려서 함께 일하던 직원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던 회사가 안정되고, 해고된 분들도 다시 복직되면 정말 좋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티볼리 앞에서 비키니 입고 춤이라도 추고 싶다”고 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배우 김의성씨와 만화가 강도하씨 등은 서울 광화문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급기야 11일 낮 12시에 시민들이 저마다 가까운 기차역이나 지하철역 앞에서 “이창근·김정욱이 만드는 티볼리를 타고 싶다”는 손팻말을 들고 1인시위를 하는 ‘굴뚝데이’ 행사 및 ‘쌍용차 챌린지’(투쟁기금을 1만원 내고 인증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며 이를 이어갈 다른 3명을 지목하기) 제안·동참 선언도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법학과)는 “정리해고가 노동자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경기나 경영이 좋지 않아 빚어진 일인 만큼, 경영이 좋아지면 해고자를 우선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쪽은 경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용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자세다. 새 차 티볼리가 잘 팔려 현재 60% 정도인 평택공장 가동률이 80%까지 올라가면 희망퇴직자 복직 문제를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2013년 복귀한 무급휴직자들에 이어 희망퇴직자들을 정리해고자에 앞서 받아주기로 한 만큼 이들을 우선적으로 고용하겠다는 태도다. 쌍용차 관계자는 “신차 판매가 늘어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 이후 퇴직자, 기업 노조 등과 포괄적인 협의를 거쳐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종휘 박승헌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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