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비정규직법 관련 비정규직 당사자 긴급 기자회견’을 연 뒤 비정규직종합대책 폐지 서명서를 들고 청사로 들어가려다 경찰에 제지당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노사정위에 비정규직 종합대책 제출
노동계·전문가들 한목소리 비판
“비정규직 되레 남용하게 될 것” 정부 “해당 노동자들이 원한다”
해고앞 절박한 처지를 근거로 대 파견노동 허용범위도 대폭 확대
‘불법파견 양성화’ 신호 줄 수도 정부가 기간제·파견 노동자의 고용기간을 현재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늘리고 파견 노동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내놨다. 비정규직을 줄이기보다 되레 늘리는 ‘장그래 양산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양대 노총이 모두 반발하고 나서 노사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 구조개선특위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정부 공식의견으로 제출했다. 권영순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근로조건의 격차를 완화하고 비정규직의 남용 방지와 불합리한 차별 해소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근무기간이 길수록 정규직 전환율이 높아지고 당사자인 기간제 노동자들도 원한다는 이유로 ‘35살 이상’으로 본인이 원하면 계약기간을 최대 4년까지 늘리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근무기간이 길수록 숙련도가 높아져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주된 근거다. 그러나 노동계 전문가들은 기간제의 정규직 전환율은 다소 오를 수 있지만, 기업들이 현재 정규직 일자리까지 기간제로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정부는 기간 연장 뒤에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연장 기간 동안 임금총액의 10%를 이직수당으로 지급토록 하는 보완책도 내놨다. 통상 기간제 노동자의 1년 임금이 2000만~3000만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4년 동안 근무할 경우 기간제 노동자가 받게 될 이직수당은 400만~600만원가량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는 “기업들로선 이직수당에 대한 부담보다 3~4년짜리 숙련된 비정규직을 쓰는 편익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장차 지급해야 할 이직수당만큼 미리 임금을 낮춰 지급할 수 있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32개 업종에만 허용된 파견 노동을 55살 이상 노동자와 고소득 전문직 등에게 대폭 확대하겠다는 대책 역시 비정규직만 양산할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고령자와 전문직의 재취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삼지만 퇴직 뒤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는 노동약자들을 불안정한 일자리에 몰아넣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탓이다. 일부에선 파견 확대를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정부 목표 달성을 위한 방편으로 의심한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고용부가 파견 노동이나 사내하도급을 활용해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남용해온 기업들에 ‘이를 양성화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이날 대책에는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 횟수를 2년 동안 3번으로 제한하고 현재 1년이 지나야 주는 퇴직금을 3개월 이상만 일해도 주도록 하는 등의 내용도 담겼다. 당사자만 할 수 있던 노동위원회 차별시정 신청을 소속 노조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이전부터 노동계가 요구해온 것이다. 그럼에도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는 “이 대책이 추진되면 비정규직의 노동조건과 고용안정성이 더욱 불안해지는 건 분명한데 개선되는 것은 미미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이 눈에 띄지 않는데다 불법파견 논란의 핵심인 사내하도급과 기간제 등의 사용 사유를 제한하는 내용도 빠져 있다.
전종휘 김민경 기자 symbio@hani.co.kr
“비정규직 되레 남용하게 될 것” 정부 “해당 노동자들이 원한다”
해고앞 절박한 처지를 근거로 대 파견노동 허용범위도 대폭 확대
‘불법파견 양성화’ 신호 줄 수도 정부가 기간제·파견 노동자의 고용기간을 현재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늘리고 파견 노동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내놨다. 비정규직을 줄이기보다 되레 늘리는 ‘장그래 양산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양대 노총이 모두 반발하고 나서 노사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 구조개선특위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정부 공식의견으로 제출했다. 권영순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근로조건의 격차를 완화하고 비정규직의 남용 방지와 불합리한 차별 해소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근무기간이 길수록 정규직 전환율이 높아지고 당사자인 기간제 노동자들도 원한다는 이유로 ‘35살 이상’으로 본인이 원하면 계약기간을 최대 4년까지 늘리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근무기간이 길수록 숙련도가 높아져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주된 근거다. 그러나 노동계 전문가들은 기간제의 정규직 전환율은 다소 오를 수 있지만, 기업들이 현재 정규직 일자리까지 기간제로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정부는 기간 연장 뒤에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연장 기간 동안 임금총액의 10%를 이직수당으로 지급토록 하는 보완책도 내놨다. 통상 기간제 노동자의 1년 임금이 2000만~3000만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4년 동안 근무할 경우 기간제 노동자가 받게 될 이직수당은 400만~600만원가량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는 “기업들로선 이직수당에 대한 부담보다 3~4년짜리 숙련된 비정규직을 쓰는 편익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장차 지급해야 할 이직수당만큼 미리 임금을 낮춰 지급할 수 있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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