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직선제로 치러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임원선거에서 한상균(52·사진) 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이 새 위원장에 당선됐다. 한 당선인은 당선 직후 “민주노총을 박근혜 정부에 맞선 투쟁 본부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최근 정부가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와 비정규직(계약직) 고용기간 연장 방침 등을 밝혀 노-정 간의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민주노총 새 집행부가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해 새해 초부터 ‘노-정 격돌’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6일 “지난 17∼23일 치른 결선투표 결과 기호 2번 한상균 후보조가 18만2153표(51.6%)를 얻어 17만723표(48.4%)에 그친 기호 4번 전재환 후보조를 누르고 8기 임원에 당선됐다”고 선언했다. 한 위원장 당선자와 짝을 이뤄 나온 공공운수노조연맹 서울지하철노조의 최종진(56)씨는 수석부위원장, 전국교직원노조의 이영주(49)씨는 사무총장으로 다음달 1일부터 3년 동안 민주노총을 이끌게 됐다.
결선 투표율은 1차 때(62.7%)보다 낮은 55.9%를 기록했다. 선관위 발표 직후 한 후보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 투쟁하지 않고는 노동자들의 미래를 밝힐 수 없다는 조합원들의 기대가 모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재환 후보는 “선거결과에 승복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이변으로 평가된다. 애초 민주노총에서 소수파로 분류되는 노동전선 계열 현장파 출신의 한상균 후보조가 다수파인 중앙파 계열의 전재환 후보조를 누르고 당선될 것으로 예측한 이는 많지 않았다. 민주노총 안팎에서는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표심이 작동한 것으로 분석한다.
한 당선인이 이끌 민주노총은 2015년에 총파업을 비롯해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일 전망이다. 한 당선인은 선거과정은 물로 당선 뒤에도 “박근혜 정부에 맞서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일사분란하게 총파업을 실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사정 관계를 둘러싼 객관적 환경도 녹록치 않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노동시장 개혁을 내년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해 놓은 상황이다. 당장 고용노동부는 오는 29일 기간제(계약직) 노동자의 고용기간을 늘리는 내용의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는다. 기획재정부도 ‘정규직 과보호 해소’ 공세를 강화하며 양대노총에 대한 압박을 높일 전망이다. 모두 노동계의 반발이 불가피한 것들이다. 한 당선인은 당선확정 직후 ‘조합원 동지들께 드리는 글’에서 “정리해고 요건 완화와 임금체계 개편 추진 등은 노사정 야합을 통한 ‘노동시장 구조개악’”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과 노동시장 유연성 논의는 정규직의 임금과 고용 안정을 파괴하려는 의도라는 시각이다.
한 당선인은 “민주노총을 대화 상대로 인정한다면 노사정 대화는 열려 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민주노총 사무실 난입에 대한 정부의 사과와 전교조·전국공무원노조의 법외노조화 방침 철회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노사정 대화테이블에 직접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전종휘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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