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해고분쟁 감소 목적으로
지침 마련해 내년 상반기 적용 계획
노동계 “기업의 해고 남발 부를것”
지침 마련해 내년 상반기 적용 계획
노동계 “기업의 해고 남발 부를것”
고용노동부가 내년 상반기 적용을 목표로 개별 해고의 절차와 요건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 제정 작업에 들어갔다. 고용부는 가이드라인이 ‘고용 유지’에 방점을 둘 것이라지만, 노동계는 악용 가능성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의 책임을 사용자가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한테 돌리는 상황이어서 반발이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9일 “노동위원회에 제기되는 부당해고 구제 신청이 연간 1만3000여건에 이르는 등 개별 해고를 둘러싼 노동 현장의 분쟁이 많아 그 절차와 요건을 명확히 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내년 상반기 안에 발표할 계획”이라며 “국내 판례와 외국 입법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이미 수많은 사건을 통해 만들어진 판례 등을 가이드라인으로 일반화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개별 해고는 근로기준법 23조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는 조항이 유일한 법규범이어서 “정당한 이유”를 놓고 노동자와 사용자가 노동위원회와 재판정에서 다퉈왔다.
하지만 노동계는 가이드라인의 순기능보다 악용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영일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정책실장은 “지금도 밉보인 노동자한테 부당전직이나 일감 안 주기, 한 부서 몰아넣기 따위로 압박해 퇴사를 유도하는 상황에서 혹시라도 해고를 쉽게 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회사 쪽에 구조조정의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노조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기업문화가 여전해 가이드라인이 노조 탄압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중앙노동위원회의 한 노동자 위원은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때 그 60~70%는 부당해고 구제 신청도 함께할 정도로 해고는 노조 탄압의 유력한 수단”이라고 짚었다. 한국노총은 8일 낸 성명에서 “지금도 노조 활동 등을 이유로 소위 ‘찍힌 노동자’들이 업무 성과 부진자로 간주돼 전환배치되거나 해고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정부안이 구체화되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게 불을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으로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이 아니라 68시간으로 늘리는 등 각종 행정 해석에서 고용부가 보여온 ‘친기업 전력’도 노동계의 우려에 설득력을 더한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가이드라인에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기업들이 그걸 근거로 해고를 남발하거나 법정에서 판사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개별 해고를 엄격하게 판단하는 법원의 판례가 충분하므로 고용부가 굳이 긁어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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