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는 청소 노동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안전행정부가 다음달 문을 여는 정부세종청사 3단계 구역에 청소노동자를 새로 채용하지 않고 기존 인력을 차출하기로 방침을 정해 노동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자 1명당 청소 면적도 정부청사들 가운데 가장 넓어 정부가 가혹한 노동 조건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행부 정부세종청사관리소는 다음달 이전이 마무리되는 세종청사 3단계 구역에 필요한 청소노동자를 기존 1·2단계 쪽에서 30명씩 모두 60명을 차출하기로 했다.
1·2단계 구역에는 청소노동자 257명이 일하고 있으며, 60명이 다음달 3단계 구역으로 이동하면 나머지 197명이 1·2단계 쪽을 맡아야 해 1명당 청소 면적이 크게 늘어난다. 현재 노동자 1명당 청소 면적은 1단계 1797㎡, 2단계 1849㎡인데, 이는 서울·과천·대전 청사에 견줘 30%가량 많고, 한국건물위생관리협회 기준 990㎡의 1.8배 수준이다.(그래픽) 3단계 구역에는 법제처를 비롯해 중앙행정기관·국책연구기관 12곳의 직원 5200여명이 이전한다.
세종청사관리소가 과업지시서에 규정된 바닥 카펫 청소를 ‘매일 1회 이상’에서 ‘2일 1회 이상’으로, 왁스칠은 ‘매월 1회 이상’에서 ‘분기별 1회 이상’으로 변경한 것도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봉정선(52) 공공비정규직노조 세종지회장은 5일 “항상 대기상태로 있다가 민원이 있을 때마다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이 줄어들 수가 없다. 정부기관이어서 믿고 왔는데 개인기업보다 더 심하다”고 말했다.
공공비정규직노조는 세종청사관리소가 방침을 바꾸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파업도 벌일 계획이다. 올해 근로계약을 할 당시 과업지시서에는 1단계, 2단계로 청소 구역이 명시돼 있는데 이를 어기고 3단계로 업무 배치를 하는 것은 근로계약 불이익 변경, 부당 전보라는 것이다. 김민재 공공비정규직노조 충남세종지부장은 “올여름에 1·2단계 청소노동자의 임금 차별을 바로잡는 데 1억2000만원이 쓰였는데, 12월 한달간 3단계 구역에 청소노동자 신규 채용을 하지 않으면 절감되는 예산과 같은 금액이다. 정부가 용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을 하면서도 인건비 부담마저 노동자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영도 세종청사관리소 환경담당 사무관은 “내년 1월 3단계 구역에 33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청소 장비가 기계화돼 있고 노동 강도를 30~40% 낮추도록 과업을 변경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전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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