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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단독] ‘불법 파견’ 싸움 9년만에…‘당신은 기륭 노동자’ 판결받아

등록 2014-11-05 01:35수정 2014-11-05 08:10

찬바람보다 더 시린 현실 전국적으로 기온이 뚝 떨어진 가운데 노숙농성 중인 케이블방송사 씨앤앰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추위에 대비해 비닐 천막을 만들고 있다. 이들은 비정규직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지난 7월부터 이곳에서 노숙농성을 해왔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찬바람보다 더 시린 현실 전국적으로 기온이 뚝 떨어진 가운데 노숙농성 중인 케이블방송사 씨앤앰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추위에 대비해 비닐 천막을 만들고 있다. 이들은 비정규직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지난 7월부터 이곳에서 노숙농성을 해왔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조합원 10명 낸 임금청구 소송서
법원 “노사 합의 때 근로계약 체결
13개월치 밀린 임금 주어야” 판결
노조 쪽 “최저임금 반영 하도록 항소”
‘불법파견’ 투쟁으로 2000년대 노동계를 뜨겁게 달궜던 기륭전자(현 렉스엘이앤지) 노동자 10명이 ‘진짜’ 기륭전자 소속 노동자임을 법원한테서 처음으로 인정받았다. 2005년 7월 노조를 결성해 투쟁을 시작한 지 9년여 만, 2010년 11월 노사합의 뒤 4년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정창근)는 김소연 전 분회장 등 전국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 10명이 기륭전자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이들이 기륭전자 소속 노동자임을 확인하고, 회사가 1년1개월치에 해당하는 1693만여원씩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고 지난달 30일 판결했다. 재판부는 노동자들의 1895일에 걸친 치열한 투쟁 끝에 2010년 11월1일 기륭전자 최동렬 회장과 전국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이 서명을 한 합의서를 근거로 “어느 모로 보나 이 약정의 효력 발생시기인 2013년 5월1일 원고들(노동자)과 피고 회사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합의 당시 최 회장과 금속노조는 2012년 5월1일까지 회사가 조합원 10명을 고용하기로 했으나 막상 기간이 되자 회사 쪽은 회사 경영사정을 들어 1년 연장을 요구했다. 1년이 지난 지난해 5월1일이 돼도 기륭전자 쪽이 고용 의사를 내비치지 않자 조합원들은 다음날부터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회사 사무실로 출근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을 유령 취급하던 회사는 지난해 12월30일 몰래 도망이사를 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고, 조합원들은 그날부터 계속 빈 사무실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기륭전자 쪽은 이번 재판에서 당시 약속이 노동자들과 직접 맺은 게 아니고 노동자들이 실제 노동을 제공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2010년 11월 이뤄진 사회적 합의문 자체가 “2013년 5월1일까지 고용한다는 내용의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 회사가 원고들에게 아무런 업무지시를 하지 않고 사무실을 이전하는 등 피고 회사의 귀책사유로 원고들이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의 의미를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이 기륭전자 소속 노동자임을 처음으로 확인받았다는 데 둔다. 파견·기간제 노동자였던 조합원은 2005년 7월부터 불법파견에 따른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며 김소연 전 분회장이 94일에 걸친 단식투쟁을 하는 등 2010년 11월까지 1895일에 걸친 투쟁을 벌였으나 법적으로는 대법원까지 가서도 번번이 졌다. “불법파견이라도 2년이 지나지 않으면 정규직화 대상이 아니”라거나 3년에 걸친 기간제 계약을 하며 마지막 6개월짜리 계약 때 “(회사 쪽이) 계속 고용하리라는 기대가 노동자에게 없었다”는 등의 이유 때문이다.

김소연 전 기륭전자분회장은 “법원에서 노동자임을 인정해 그나마 다행이다. 법원이 2006년 기준으로 우리 임금을 산정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올해치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인정한 부분에 대해 항소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회사 쪽은 판결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항소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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