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모두 공장 정문으로 들어간 뒤에야 해고자들은 정문을 등진 채 3보1배를 시작했다. 7일 오전 9시4분 전국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 30여명은 세 걸음마다 한 번씩 큰절을 하며 경기도 수원지법 평택지원을 향했다. 사법부가 정의의 이름으로 자신들을 구원해주길 바라는 시위다.

쌍용차지부 해고자 151명은 지난 5월9일 평택지원에 ‘쌍용차 근로자지위보전 및 임금지급 가처분 소송’을 냈다. 자신들이 쌍용차 소속 노동자임을 법원이 확인해주고, 회사한테는 부당해고 기간에 주지 않은 임금 일부를 지급하라고 명령해달라는 것이다. 서울고법은 지난 2월 2009년에 이뤄진 쌍용차의 187명 정리해고는 경영상 긴박한 상태에서 이뤄지지 않았고 회사가 해고 회피 노력도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라는 기적 같은 판결문을 내놨다. 하지만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해고자의 생계 해결이 시급하니 우선 고법 판결을 이행하게 해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생활고 해결에 매달리던 조합원들이 이번 소송 제기를 앞뒤로 하나둘 달려왔다. 1989년 쌍용차에 입사한 김수경(52)씨도 2009년 해고 뒤 버섯공장과 건설현장 노동자, 보험설계사, 공공근로까지 안 해 본 일이 없다. 3보1배 도중 잠깐의 휴식 시간에 그늘에 앉아 땀을 닦던 김씨는 “다시 공장으로, 내가 일하던 부품수출부서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해고자들이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무릎보호대와 목장갑을 낀 채 이날로 닷새째 고난의 길로 다시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를 무더기로 선임한 회사 쪽이 해고자 요구를 받아주지 말라는 의견서를 법원에 계속 내고, 법원은 가처분 신청 다섯달이 되도록 결정을 내리지 않아서다.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의 심리 치유를 하고 있는 와락센터의 권지영 대표는 이날 행렬 맨 앞에서 펼침막을 들었다. 권 대표는 “해고자들이 이번 소송에서 이기면 공장에 돌아가 회사와 교섭을 통해 문제를 풀고 싶어한다”며 “이번에 패소하면 언제 나올지 모르는 대법원 판결을 또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평택지원까지 3㎞, 자동차로 3분이면 충분한 거리다. 해고자들은 3시간 만인 낮 12시께야 그 앞에 도착했다. 마이크를 잡은 김득중 지부장은 “해고 뒤 여섯번째 맞는 가을이다. 많은 시간을 돌아 여기에 섰다. 법원의 바르고 빠른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길 위로 내몰린 ‘공장 밖 노동자’의 머리를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쓰다듬고 있었다.

평택/글·사진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