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겪는 설움의 하나가 바로 정규직 노동자에 견줘 턱없이 낮은 임금과 각종 차별이다. 특히 임금 문제는 원청과 하청의 이중구조, 매년 반복되는 계약 갱신 등 복잡한 구조와 맞물려 해결을 어렵게 한다.
통계청의 지난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정규직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은 289만원인 반면 용역·파견 노동자는 각각 137만원·160만원이다.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다. 주당 노동시간은 정규직(42.9시간)에 비해 용역 노동자가 44.9시간으로 되레 길었다. 파견 노동자(41.0시간)는 조금 짧았으나 큰 차이는 나지 않았다.
이런 극심한 임금 격차는 생산성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게 아니다. 이들 파견이나 용역이 맡은 업무의 상당 부분은 정규직이 처리해야 할 상시지속적인 업무다. 그런데도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이를 외주화하는 핵심 이유는 비용 절감에 있다. 1997년 구제금융 직후 너나 할 것 없이 그때까지 직접고용하던 업무의 외주화에 나선 배경이다. 사내하도급 문제를 연구해 온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이 간접고용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가 싸고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데 있다. 정규직 고용의 경직성 때문인지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인상 체계를 갖추지 못한 임금 구조도 문제다. 인천국제공항 3층 출국장에서 환경미화를 하는 정명선(47)씨는 입사 6년째인데 지난달 받은 월급이 173만원(세전기준)가량이다. 주당 45시간씩 일한 결과다. 입사 10년차나 올해 입사한 이나 다 똑같이 173만원 안팎을 받는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는 직원의 87%가 용역업체에 속한 간접고용 노동자인데, 이들은 나머지 13%의 정규직 노동자와 달리 근속년수가 임금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자리에서 변함없이 일을 하지만 소속된 용역업체가 2∼3년마다 바뀌는 탓에 이들은 늘 신입직원으로 간주된다. 이 때문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는 거의 모든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연차휴가 발생일수는 15일에서 하루도 늘어나지 않고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각종 사회보험 혜택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이를 고려하면 정규직 노동자와 격차는 더 벌어진다. 정규직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97.0%에 이르지만 파견(69.1%), 용역(53.3%) 노동자는 이에 한참 못 미친다. 노조 조직률도 2%대에 그쳐 이런 상황에 저항하는 집단적인 목소리를 낼 힘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간접고용 노동자가 맞닥뜨리는 가장 서글픈 차별은 ‘목숨을 건 노동’이다. 잇따르는 중공업·화학 쪽 산재사망사고 피해자 대부분이 사내하청 노동자다.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다 숨진 6명이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의 정동석 노동안전부장은 “정규직보다 사내하청 노동자 숫자가 더 많기도 하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작업장 환경이 열악하거나 위험한 작업으로 내몰린 탓”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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