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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자동차 사내하청 모두 “불법” 판결…제조업 전반에 파장

등록 2014-09-25 21:03수정 2014-09-26 01:26

기아자동차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499명이 기아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에서 법원이 25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 소식을 전해 들은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기아자동차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499명이 기아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에서 법원이 25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 소식을 전해 들은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현대차·쌍용차·쉐보레도
이미 불법파견 판정받아

기아차쪽 “하청작업 분리”
법원 “작업지시 하는 건 원청”
합법도급 불가능하다 판단
서울중앙지법이 25일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499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345명은 기아차가 이미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고 123명은 기아차가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사법부는 앞서 현대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지엠(GM) 등을 상대로 한 유사한 소송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이로써 국내 자동차 완성 업체가 직접생산공정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를 쓰는 것은 일단 모두 불법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재판부가 이날 소송을 기각하거나 각하한 나머지 원고 31명은 이미 기아차에 신규채용돼 판결의 실익이 없거나(28명), 막판에 소송을 취하(2명)한 경우다. 단 1명만이 협력업체 입사 뒤 2년 이상 근무했다는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본안 판단을 받은 사내하청 노동자 모두가 불법파견임을 인정받은 셈이다.

애초 기아차 사쪽은 작업 방식이 현대차와 다르기 때문에 불법파견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기아차는 현대차가 2004년부터 불법파견 논란에 휩싸이자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의 공정을 분리했다. 현대차는 같은 생산라인에서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가 섞여 일하게 했지만, 기아차는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의 작업을 따로 떼어내 구획화하는 이른바 ‘블록화 작업’을 시행했다. 불법파견 기준인 ‘업무 혼재성’을 없도록 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눈가림’으로 판단했다. 지난 18일에도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932명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바 있는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는 이번 판결에서 “내용 면에서 연속된 업무를 수행함에 따라 그 작업 결과가 혼합돼 누구의 작업으로 말미암은 것인지 구별이 곤란하다”고 판결했다. 원청의 사업장에서 정규직이 중심이 돼 진행하는 자동차 생산 공정의 작업 특성상 사내하청 노동자가 중간에 끼인 형태로는 합법적인 도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노동자 쪽 소송을 대리한 송영섭 변호사는 “기아차 쪽은 자신들은 정규직과 사내하청 작업 공정의 거리를 띄우거나 칸막이를 하는 등 분리했기 때문에 현대차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자동화 시스템에서 작업량 및 구체적인 작업 지시 등을 결정하는 것은 원청이고 하청 노동자는 그 지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짚었다.

지난주 현대차 1179명에 이어 이날 기아차 468명이 불법파견이라는 판정을 받음으로써 국내 자동차 완성 업체 공장에서 합법적인 사내하청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법원은 2010년 7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씨가 정규직 지위가 있음을 확인하는 판결을 대법원이 최초로 내린 뒤 이듬해 쌍용차 사내하청 노동자 4명한테도 같은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2004년 당시 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 불법파견이 확인돼 검찰이 한국지엠의 데이비드 닉 라일리 회장과 하청업체 사장 6명을 약식기소하자 당사자들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 관련 판결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상고심 판결(2013년 2월)에서 “피고들이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회사와 그 사내협력업체들 사이에서 이뤄진 근로관계가 파견근로자보호법에 반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로써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의 파견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1998년 만들어진 파견법 조항은 2010년 이후 법원이 내린 일련의 판결을 통해 입법 취지를 살릴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자동차 완성 업체뿐만 아니라 사내하청 방식이 만연한 제조업 전반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는 현재 산업계의 인력운용 구조나 방식에 질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함을 뜻한다.

손정순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2004년 노동부 불법파견 판정 당시 조선업 쪽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은 건 도급의 외형이 있고 하청업체의 사업 경영상 독립성이 인정된 탓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그런 노동부 판단이 잘못됐음을 의미한다. 철강이나 조선도 장치산업의 특성상 일관생산의 흐름 속에서 사내하청이 이뤄지므로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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