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중앙지법이 1179명에 이르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모두 불법파견이라고 18·19일 판결한 문제와 관련해 “불법파견인 하도급은 빨리 해소해야 한다”면서도 “현대차와 현대차 노조, 하청노조 3자 간 합의가 지켜져 불법 상황이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얘기다.
법은 달리 말한다. 파견법은 불법파견을 보내거나 받은 사업자를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게 돼 있다. 가볍지 않은 형량이다. 왜일까? 파견은 우리 법체계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중간착취 제도다. 일부 업종에서 파견의 불가피성을 용인하지만, 대신 법을 어기면 강하게 처벌하라는 뜻이다. 파견법은 고용부 장관한테 불법파견 사업장을 폐쇄할 권한도 주고 있다.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가 수많은 하청노동자의 죽음과 구속, 회사의 손배소에 따른 고통 속에서도 10년 넘게 해결되지 않는 건 이처럼 법률이 법전에 갇혀 잠자는 탓이 크다. 3000억원 안팎이면 불법파견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데도 이런 요구엔 침묵하던 현대차가 감정가 3조3300억여원짜리 한전 터를 10조5000억여원에 사는 행태는 기괴하다.
이기권 장관은 19일 서울고법의 전교조 법외노조화 처분 효력정지 결정에 맞서 이날 대법원에 항고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 등 법원의 결정이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애초 고용부가 ‘전교조는 노조 아님’이라며 내세운 논리는 “해직자들이 재직자가 중심이 돼야 할 노조의 자주성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9명의 해직자를 이유로 6만명의 단결권을 박탈하는 ‘단호함’을 보였다. 그 단호함이 왜 불법파견 대기업한테는 적용되지 않는지 궁금하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현대차 127개 공정, 9300명이 불법파견’이라고 2004년 노동부가 내린 결론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데도 말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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