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이틀째 승소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이번 소송을 대리한 권영국 변호사를 헹가래 치고 있다. 법원은 전날 934명에 이어 이날 245명 등 모두 1179명의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지위를 인정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이틀간 1179명 정규직 인정 판결
‘하루만 불법파견해도 고용 의무’
2년전 개정 파견법 첫 적용 사례
재판부 “현대차가 직접 사용자”
모든 사내하청에 불법 판단 내려
이달말 기아차 선고 등 영향 주목
‘하루만 불법파견해도 고용 의무’
2년전 개정 파견법 첫 적용 사례
재판부 “현대차가 직접 사용자”
모든 사내하청에 불법 판단 내려
이달말 기아차 선고 등 영향 주목
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모두 현대차 정규직’이라며 이틀 내리 노동자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에서 현대차 정규직임을 인정받은 노동자는 모두 1179명에 이른다. 불법파견 상태에서 며칠만 일한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지위를 인정한 판결도 처음으로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마용주)는 19일 김아무개씨 등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253명이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193명이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임을 확인하고, 2006년 12월 개정돼 이듬해 7월 시행된 파견근로자보호법이 적용된 52명은 현대차의 직접고용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미 현대차에 채용됐거나 소를 취하한 8명을 제외한 전원의 정규직 지위를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들이 정규직으로 인정됐다면 받을 수 있는 임금과의 차액 등 81억원을 현대차가 지급하라고도 판결했다.
재판부는 “직접생산공정뿐 아니라 생산관리 등 간접생산공정 부문에서 일하는 근로자도 현대차가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로써 18·19일 이틀 동안 법원에서 현대차 정규직 지위를 인정받은 노동자는 모두 1179명(18일 934명, 19일 245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옛 파견법에 따라 불법파견 상태에서 2년이 지나 이미 현대차의 정규직이 된 것으로 간주된 노동자가 1058명이다. 현대차가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받은 노동자도 121명이나 된다.
노동자 쪽 소송을 대리한 김태욱 변호사는 “이번 소송에서 1996년 입사자부터 2012년 입사자까지 시기와 공정을 가리지 않고 모두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컨베이어벨트에서 일했는지도 가리지 않고 16년 동안 현대자동차 생산공정에서 일한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날 재판부가 불법파견 상태에서 아흐레 동안 일한 노동자도 현대차의 정규직이라고 판단한 부분이 눈에 띈다. 현재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조직국장으로 일하는 김명석(49)씨는 2012년 5월28일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하기 시작해 8월11일자로 계약해지됐다. 노동자가 단 하루만 불법파견 상태에 있어도 직접고용을 해야 하는 내용의 새 파견법이 그해 8월2일부터 시행됐다. 그 전까지는 파견 기간이 2년이 넘어야 했다.
김씨는 이번에 아흐레(8월2~10일)의 근무 기간이 인정돼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의 승자가 됐다. 1998년 파견법이 도입된 뒤 2년 미만 근무 기간에도 정규직 지위를 인정받은 이는 김씨가 처음이다. 김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대차는 그동안 나한테 자기네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제 판결을 이행해 나를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당시 개정된 파견법 시행을 앞두고 근무 2년 미만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상대로 촉탁직(기간제)으로 전환하라고 압박해 “불법파견 은폐 시도”라는 비난을 샀다. 새 파견법 시행일인 8월2일을 앞두고 1560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촉탁직으로 전환됐고, 이에 저항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모두 계약해지를 당했다.
이날 판결로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된 대규모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은 일단 마무리됐다.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법원에 의해 정규직 지위를 인정받은 이는 2012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최병승씨를 포함해 모두 1180명이 됐다. 하지만 불법파견 노동자들의 소송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당장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520여명이 기아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의 선고가 25일로 잡혔다.
그동안 기아자동차가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의 작업공정을 따로 떼어놓는 ‘블록화’ 작업을 한 탓에 노동계와 재계는 “기아차 소송은 노동자들이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여론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현대차 불법파견 소송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혼재노동 여부를 떠나 원청의 사업장에서 이뤄진 일련의 생산공정에서 합법 도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판결의 취지라 노동계에서는 상당수 승소를 점치는 목소리가 조심스레 나온다.
전종휘 노현웅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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