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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공익제보자 지원·부패방지 제도개선 일조하고 싶어”

등록 2014-09-09 19:34수정 2015-01-15 14:29

장진수 씨
장진수 씨
[짬] 공무원노조 정책연구원 된 장진수 전 주무관
때론 하나의 사건으로 기억되는 사람들이 있다. 내부고발자들이 그렇다. 시간이 흘러도 사건은 그 사람을 놓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직함조차 진급되지 않는다. 1990년 감사원 재직 시절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감사가 로비로 중단된 사실을 폭로한 이문옥(77)씨는 여전히 ‘감사관’이고 1992년 군대 부재자 부정투표를 폭로한 이지문(45) 호루라기재단 상임이사는 여전히 사람들 마음속에선 ‘중위’ 계급장을 떼지 못했다. 2012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가 증거인멸을 지시한 사실을 폭로한 장진수(41·사진)씨도 여전히 ‘주무관’이다.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폭로
공식적으로는 후회하지 않지만
공익제보 쉽지않은 구조 아쉬워
아내에 미안함 커 연구원 취업
“아직 주무관으로 불리는게 좋아”

장씨가 최근 연구원이라는 새 직함에 도전했다. 그는 지난달 19일부터 서울 영등포에 있는 전국공무원노조(공무원노조) 부설 정책연구원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증거인멸, 공용물 손상 등의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확정판결을 받은 지 아홉달 만이다.

공무원노조는 공익제보자인 그한테 공익제보자 지원 관련 제도개선 연구를 비롯해 부패 방지를 위한 대안 연구, 정부정책 감시 등의 일을 맡겼다. 공무원노조는 “장진수 연구원이 앞으로 공익제보자 보호와 지원제도 개선을 통해 부패 네트워크의 순환 고리를 끊어내는 데 일조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익 제보 관련 사건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데는 제보가 미흡한 이유도 있어요. 제도적으로 보호가 안 되니 누구나 망설이게 되는 거죠. 길게 보고 학계·비정부기구(NGO) 등과도 논의해 부패 방지와 공직 개혁을 위한 보고서를 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연구원 제안은 공무원노조에서 먼저 했다. 이충재 위원장이 기존 정책연구소를 연구원으로 확대·개편하는 과정에서 장씨를 섭외한 것이다. 공무원노조는 장씨가 2012년 공익제보를 할 때부터 여러모로 도움을 주며 인연을 맺어왔다. 대법원 판결로 공무원 자격을 잃은 뒤 지난 6월 민간인 사찰 사건의 전모를 담은 단행본 <블루게이트>를 내고 관련 강연을 하는 것 외에 뚜렷한 활동이 없던 장씨로서는 반가운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폭로 사건 뒤 가정경제를 책임지느라 고생하는 부인을 향한 미안함도 큰 터였다.

장씨는 ‘폭로’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후회하지 않는다”면서도 아쉬움은 많다고 했다. “만약 같은 상황에 처한 누군가가 내게 공익제보 상담을 해온다면 과연 자신있게 ‘그렇게 하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내가 그 사람 인생을 책임질 것도 아닌데….”

당시 폭로 대신 침묵을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어차피 힘들었을 겁니다. 나도 (민간인 사찰에 가담함으로써) 실제로 잘못을 한 사람이기도 하고, 계속 숨길 때의 고통도 컸겠죠. 그런 게 양심 아닐까요?”

그는 늦깎이 공무원이었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젊은 시절 물건 배달 일을 하던 때 사무실에 말끔한 차림으로 번듯하게 앉아 일하는 직장인들을 보고는 “나도 저런 생활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 다시 공부를 시작해 7급 공채에 합격했다. 2005년 국무조정실 경제조정관실에서 공직에 발을 내디딘 뒤 총무과·인사과를 거쳐 노무현 정부 말기 암행감찰반을 한 인연으로 이명박 정부 들어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배치됐다가 ‘민간인 사찰’이라는 수렁에 발을 담그게 됐다. 결국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마지막 부서가 됐고, 주무관에서 더는 진급을 할 수 없게 됐다.

“어디서 뭘 하든 장진수 주무관으로 기억해주는 게 저로서는 가장 고마운 일이에요. 불법을 폭로한 당사자인 주무관으로요. 그 사건을 잊지 않고 있다는 거니까요. 요즘 연구원이라고 부르는 분들이 있긴 하지만, 저는 주무관이라고 불러주는 게 더 좋다고 그래요.”

주무관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 써내려갈 그의 연구원 이력이 기대된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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