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 요구에 지회장 업체 문닫아
노조 “원청 지시 없이는 불가능”
노조 “원청 지시 없이는 불가능”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조가 하청업체들을 상대로 교섭 요구를 하자 지회장이 몸담고 있는 업체가 폐업하기로 해 위장폐업 의혹이 일고 있다. 노조원이 속한 업체를 폐업시킴으로써 하청 노동자들의 노조 활동을 막으려는 노동탄압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25일 “지회가 올해 들어 11년 만에 11개 업체를 대상으로 요구안을 내걸고 교섭을 요청하자 다시 업체 폐업의 칼날을 꺼내 들었다”고 밝혔다. 사내하청지회는 지난 5월14일 사내하청업체 11곳에 교섭 요청 공문을 보낸 뒤 세 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그런데 지난달 31일 하창민 지회장이 속한 신화이엔지가 8월31일을 시한으로 업체 폐업 공고를 냈다. 지회장이 졸지에 실업자가 될 상황에 처하면서 교섭을 계속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된 것이다. 업체 쪽은 “경영실적 부진 및 대표이사의 건강 악화”를 이유로 댔다.
이를 두고 금속노조와 사내하청지회는 “사내하청 업체가 원청회사(현대중공업)의 지시 없이 교섭에 나올 수 없고 폐업도 원청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 노조 활동을 하면 업체가 망한다는 것을 보여줘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그 근거로 신화이엔지가 2003년부터 11년 동안 현대중공업 대조립1부 업무를 맡아 문제없이 운영됐고 업체 소장과 총무를 가족들이 맡아 운영해온 점 등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2010년 현대중공업이 이런 방식으로 부당노동행위를 했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적도 있다. 현대중공업의 사내하청업체는 모두 200여곳이다. 이에 현대중공업 쪽은 “노조 조합원 활동을 제약하기 위해 폐업을 거론하는 꼼수를 부릴 수 없는 세상이다. 협력업체 가족들 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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