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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시민 5만명의 발 되어…3년간 ‘고독한 싸움’ 위로한 희망버스

등록 2014-08-24 20:12수정 2014-08-24 23:46

지난해 7월20일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두 명의 노동자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대자동차 철탑농성장 앞에 6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울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지난해 7월20일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두 명의 노동자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대자동차 철탑농성장 앞에 6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울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부지런히 달린 희망버스

한진중·현대차 등 노동탄압 맞서
고공농성 벌이는 노동자에 희망
23일 칠곡 스타케미칼 11번째 방문
일반인·활동가 주축 공감적 연대
농성자들 “이들 덕에 힘 얻었다”
2011년 6월 부산 한진중공업에서 시작한 희망버스가 경북 칠곡군 스타케미칼까지 11번째 행보를 이어갔다. 23일 시민과 활동가 등 ‘희망버스 승객’ 1500여명은 회사의 분할 매각에 일자리를 잃게 된 스타케미칼 노동자 차광호씨가 공장 굴뚝에 올라 89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장에 함께했다.

희망버스는 수많은 일반인이 참여하면서 새로운 노동운동의 흐름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조 전임자와 조합원이 중심이 돼 경찰과 거친 공방을 주고받는 기존의 전투적 노동운동과는 전혀 다른 양태다. “시민이 달려가 고립된 노동자에게 희망을 준다”는 부드러운 접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홍보와 조직으로 폭넓은 사회적 연대를 이끌어낸 것이다.

희망버스가 출발하게 된 계기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고공농성이었다. 앞서 2003년 한진중공업 김주익 전 지회장이 노동탄압과 무자비한 가압류에 항의해 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인 지 129일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송경동 시인 등 문화예술계 인사와 노동운동가들이 김 전 지회장과 같은 극단적 사태가 재발하는 걸 막자며 김진숙 위원의 농성이 129일을 맞기 전에 1차 희망버스를 띄우자고 제안했다.

2011년 6월11일 전국에서 출발한 버스 17대에 700여명의 시민과 운동가들이 함께했다. 그 뒤 7월9일과 30일 2·3차 희망버스 때는 전국에서 무려 1만명 안팎의 사람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크레인 앞에 몰려와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철회와 김 위원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이렇게 다섯차례 이어진 희망버스는 끝내 한진중공업의 양보를 이끌어내고 김 위원은 살아서 내려오게 됐다.

희망버스는 그 뒤로도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 인정과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30여m 철탑에서 296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인 최병승·천의봉씨의 울산 현대차 공장, 송전탑 건립을 반대하며 투쟁을 벌인 밀양에 두차례씩 달려갔다. 이어 노동탄압 철회, 사용자 처벌을 요구하며 충북 옥천의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이정훈 유성기업 영동지회장한테도 향했다.

농성을 벌인 노동자들은 희망버스에서 위로를 받았다고 말한다.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 천의봉씨는 2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희망버스는 농성자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원동력이었다. 버스가 왔다가 한꺼번에 빠져나갈 땐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라는 아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정훈 유성기업 영동지회장도 “연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생각에 온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다. 희망버스가 다녀간 뒤 페이스북 친구가 크게 늘었고 생면부지의 분들이 투쟁기금을 보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거대 노조 조직이 주도하지 않는데도 연인원 5만여명의 시민과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희망버스 운동’이 성공한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한국 노동운동사에서 일반인이 직접 참여한 사례는 희망버스를 빼고는 거의 없다. 일반 시민들도 신자유주의 체제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노동운동이 경직되고 정형화된 감정을 요구했다면 희망버스는 그리움과 연민과 같은 유연하고 부드러운 감정의 공감을 이뤄내면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참여 열기가 처음에 비해 식고 다시 조직노동자가 중심이 된 현실은 희망버스가 넘어야 할 새로운 숙제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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