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앤앰 경기 양주·포천 새 협력업체
45명중 노조원 25명 전원 해고
최근 교체된 3곳서도 74명 잘려
“노조원 솎아내기…제도 개선” 지적
“원청 책임” 강조 정부 적극 나서야
45명중 노조원 25명 전원 해고
최근 교체된 3곳서도 74명 잘려
“노조원 솎아내기…제도 개선” 지적
“원청 책임” 강조 정부 적극 나서야
대기업의 하도급 협력업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노조원만 고용승계를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노조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원청의 고용승계 책임을 거듭 강조해온 정부가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는 30일 “케이블 유선방송 사업자인 씨앤앰(C&M)이 양주·동두천·연천·포천 지역 케이블 설치와 수리 등을 담당하는 협력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희망연대노조 소속 조합원 25명이 고용승계를 29일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새 업체가 45명가량인 기존 직원을 신규채용하는 과정에서 노조원 25명을 모두 불합격시킨 것이다.
희망연대노조는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도 두 차례에 걸쳐 협력업체 3곳이 바뀌는 과정에서 전체 직원 120여명 가운데 노조원 74명(비노조원은 2명)이 고용승계를 거부당해 해고된 사례를 들어, 이번 사태를 노조 탄압으로 보고 있다. 당시에는 “계속 일하고 싶으면 면접을 보라”는 새 협력업체 쪽 요구를 노조가 따르지 않았는데, 이번엔 면접에 응하고도 해고됐다. 희망연대노조는 “5월까지만 해도 업체가 바뀌어도 자연스레 고용승계가 이뤄졌다”며 “면접에 응하지 않아 고용승계를 하지 않았다는 업체의 주장은 핑계에 불과하고 씨앤앰의 대주주사인 엠비케이(MBK)와 맥쿼리가 노조를 파괴하려는 의도로 압력을 넣은 게 명백해졌다”고 주장했다.
희망연대노조는 이날로 45일째 파업을 이어가며 서울 태평로 엠비케이 사무실 앞에서 23일째 노숙농성을 벌였다. 씨앤앰 협력업체들은 지난 9일 파업 조합원이 몸담은 14개 사업장을 직장폐쇄했다.
씨앤앰 쪽은 이들의 고용승계와 관련한 문제는 자기네 책임이 아니라는 태도다. 씨앤앰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협력업체 사장이 새로 정해져, 그쪽이 하는 일에 대해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의사결정은 협력업체 사장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원청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며 협력업체는 자율성이 없는 허수아비에 가까운 케이블 업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런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행태는 최근 하청인 협력업체의 고용승계와 관련해 원청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과도 거리가 멀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6일 취임사에서 “기업이 되도록 직접고용을 우선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회적 분위기와 여건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한 데 이어 28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는 “(원청이) 나는 직접 고용관계가 없으니 책임 없다고 하면 하도급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이 어렵다. 원청이 납품 단가를 올리고 하도급 업체가 바뀌어도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접고용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노조원 표적 해고는 케이블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운수노조의 조성덕 인천공항지부장도 7월1일자로 일자리를 잃었다. 업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고용승계를 거부한 탓이다.
노조 전임자나 노조원들만 고용승계를 하지 않는 행태는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노동자의 노조 조직·가입,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사업자를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하지만 이 조항이 실제로 적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원청은 “나는 사용자가 아니다”, 옛 협력업체는 “고용계약은 끝났다”, 새 협력업체는 “누굴 채용할지는 내 권한”이라는 식으로 모두 빠져나가는 탓이다.
이 때문에 책임을 포괄적으로 묻는 쪽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장은 “협력업체들이 내용적으로는 영업을 양도양수하면서도 겉으로는 새 계약을 내세워 선별적으로 고용을 승계하는 조합원 솎아내기를 하고 있다”며 “새 협력업체는 물론 업체 변경의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진 원청에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경기 북부 지역에서 씨앤앰 케이블방송의 설치·수리를 하는 협력업체 노조원이 29일 저녁 새 협력업체한테서 받은 불합격 통지 문자메시지. 희망연대노조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