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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간접고용직 교섭의 이중고 공개할 수 없는 ‘진짜 사장님’

등록 2014-06-16 19:58수정 2014-06-16 22:00

전종휘 기자
전종휘 기자
현장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파업이 16일로 29일째를 맞았다. 이날도 1000명 넘는 노동자들이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본관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비닐을 깐 채 한뎃잠을 잤다. 이들은 “마실 생수와 몸을 씻을 물티슈가 필요하다”고 한다. 노동자들의 핵심 요구 사안은 지난달 17일 “더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라는 유서를 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염호석 조합원에 대한 삼성 쪽의 사과와 노조활동 보장, 생활임금 보장 등이다.

이들 노동자가 소속된 전국금속노조는 이런 요구안을 들고 최근 삼성 쪽과 교섭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교섭의 상대방이 누구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 상대방이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금속노조 염호석열사투쟁대책위원회의 박정미 대변인은 “교섭 대상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그쪽이) 염호석 열사 명예회복과 생활임금 및 노조활동 보장 등을 내용으로 한 임단협 체결 등을 보장해줄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사 어느 쪽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지만, 사쪽 협상 대표로 삼성전자 관계자가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이긴 하지만 그간 ‘우리와 직접 관계가 없다’며 거리를 둬온 ‘원청’인 삼성전자 쪽이 협상장에 직접 나선 것이다.

원청 사용자와 얼굴을 맞대고 앉아 교섭하는 게 불가능하거나 이를 밝힐 수 없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현대자동차에도 많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04년 고용노동부가 8000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상태에 있다고 선언한 이듬해부터 이른바 ‘특별교섭’이라는 것을 벌여왔다. 2012년 11월31일 재개된 특별교섭은 16일 열린 18차 실무교섭을 포함해 모두 36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회사와 정규직 노조, 사내하청 업체 대표, 사내하청 노조가 참여하지만 회사는 이 자리의 성격이 ‘협의’일 뿐 ‘교섭’이 절대로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교섭은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와 해당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용자끼리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섭임을 인정하는 순간 회사가 사용자임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소속된 협력회사가 아니라 원청인 이들 대기업이 업무 지시와 근태 관리를 하는 사실상의 사용자라고 여긴다. 그럼에도 대부분 “진짜 사장님”과 마주 앉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 어렵사리 자리가 만들어져도 이를 공개할 수가 없다. 도급계약이라는 형식에 숨어 이른바 ‘노동 유연성’은 누리면서 이들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성을 저버리는 대기업의 고용 행태에 브레이크를 밟을 때가 이미 한참 지났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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