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전원회의서 공식 제안
‘계속 인상땐 범법 사업자 양산’ 논리
노동계 “임금격차 고착화될 것” 반발
‘계속 인상땐 범법 사업자 양산’ 논리
노동계 “임금격차 고착화될 것” 반발
재계가 12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에서 1988년 최저임금제도 시행 이래 처음으로 ‘업종별 최저임금 차별화 정책’ 도입을 공식 제안했다. 이에 반대하는 노동계는 13일 “차별화는 최저임금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것”이라며 쌍심지를 돋웠다.
재계가 최저임금 차별화를 들고 나온 논리는 단순하다. 경영상황이 어려워 최저임금조차 지키지 못하는 업종에는 이를 낮춰주자는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자료를 보면, 해당 업종 노동자 가운데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비율을 뜻하는 ‘최저임금 미만률’이 특히 높은 업종은 운수업(10.2%), 금융보험업(10.5%) 등이다. 재계는 위원회에 제출한 문서에서 “기업의 지불 능력, 근로조건, 생산성에 있어 업종별로 다양한 차이가 존재함에도, 일괄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해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경영이 어려운 업종의 최저임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되는 문제점을 내포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잖아도 최저임금을 지키지 못하는 사업장이 많은데 최저임금을 계속 올리면 범법 사용자만 양산하게 된다는 주장은 사용자 쪽의 오래된 논리다.
노동계는 재계의 논리가 노동자의 등급을 나눠 갈라치려는 셈법에서 나온 것이어서, 업종별 차별화를 인정하면 최저임금 제도 자체가 있으나마나한 제도로 전락하리라고 본다. 최저임금위원회 노동계 쪽 위원인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재계가 택시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번에 제기한 것으로, 8년 전 법으로 도입된 택시 전액관리제를 여전히 사납금제로 시행해 빚어진 택시 노동자의 저임금을 유지하자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 사무처장은 “저임금을 끌어올려 임금격차를 줄여야 하는 판에 업종별 차별화를 하면 이런 현실을 정당화·고착화해 최저임금 제도 자체가 무력화될 것”이라고 짚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노동자 쪽 위원인 이찬배 민주노총 산하 여성연맹 위원장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별화가 도입되면 노동자 세력 내부의 갈등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위원장은 “업종별 차별화를 도입하면 시간이 갈수록 적용 대상 업종이 늘게 뻔한데, 이는 노동자 내부의 업종별 갈등을 더욱 키우게 될 것이다. 저임금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과 양극화 완화라는 제도 취지에도 전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업종별 최저임금 미만율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