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이 노동절인 1일 오전 충북 옥천군 경부고속도로 옆 22m 높이 광고탑에서 201일째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이 지회장은 노조를 탄압한 회사 쪽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며 이곳에 올랐다. 옥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
201일째 농성 이정훈 노조지회장
대표 처벌 요구하며 작년 10월부터
광고탑 올라 비닐움막서 버텨
회사 뒤엔 노조파괴 창조컨설팅
“노조파괴” 판결에도 탄압은 계속
고용부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지만
매번 검찰 무혐의 태도 이해 안돼
대표 처벌 요구하며 작년 10월부터
광고탑 올라 비닐움막서 버텨
회사 뒤엔 노조파괴 창조컨설팅
“노조파괴” 판결에도 탄압은 계속
고용부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지만
매번 검찰 무혐의 태도 이해 안돼
다리가 후들거린다. 크레인이 하늘을 향해 팔을 길게 뻗자 땅이 저만치 멀어졌다. 정신마저 아찔할 무렵, 충북 옥천군 옥각리 대형 광고탑 22m 높이 구조물 너머에서 이정훈(50) 전국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이 고개를 내밀었다. 노동절인 1일 오전, 푸석한 얼굴의 그가 “어서 오세요”라며 웃었다.
그는 지난해 10월13일 이곳에 올라와 1평 남짓한 비닐 움막을 지어 둥지를 틀었다. 이날로 고공농성 201일째다. 바로 앞엔 한국 산업화의 동맥이었던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가고, 뒤로는 근대화의 젖줄이었던 경부선 철도가 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심장이었던 노동자는 정작 일자리에서 쫓겨난 채 동맥과 젖줄 사이에서 떠도는 신세가 됐다.
그날 밤을 이정훈 지회장은 잊지 못한다고 했다. 회사가 부른 용역깡패가 공장으로 쳐들어와 마치 31년 전 그날 공수부대가 광주의 시민들 대하듯 소화기를 뿌리며 조합원들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던 2011년 5월18일 늦은 밤을. 살인적인 12시간 주야 맞교대 근무를 주간 2교대제로 바꾸기로 한 2009년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회사에 맞서기 위해 파업 찬반투표를 벌인 날이었다.
“그때는 야근하고 집에 가서 자다 죽은 사람도 있고 아침에 통근버스 안에서 그대로 죽은 사람도 있었어요. 그래서 근무제도를 바꾸기로 단체협약을 맺었는데 2011년 12차례에 걸친 교섭에도 회사는 딴청만 피웠죠.”
나중에야 알았다. 아산공장이 부분파업에 들어가자마자 회사가 영동공장에까지 공격적인 직장폐쇄에 나서고 그 뒤 제2노조가 만들어지는가 하면 27명을 해고하는 일련의 과정에 노조파괴 노무법인으로 악명을 떨친 창조컨설팅이 숨어 있었다. 회사는 멀쩡한 노조의 뿌리를 흔들고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모는 방법을 가르쳐준 대가로 창조컨설팅 쪽에 13억1300여만원을 지급했다. 대신 회사는 노조에 12억여원을 내놓으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고 가압류를 걸었다.
그가 아직도 알 수 없는 것은 검찰의 태도다. 2011년 이후 이어진 부당해고 관련 소송에서 법원은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문건이 실행된 사실을 상당 부분 인정했다. 고용노동부 천안지청도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인정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그는 검찰의 처벌을 촉구하기 위해 이 높은 곳에 올랐다. 하지만 검찰은 끝내 “혐의가 없다”거나 “범죄의 고의성이 없다”며 유시영 대표를 비롯한 회사 쪽 관계자를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그사이에도 회사는 탄압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27명에 대한 복직 판결이 나자 회사는 지난해 다시 11명을 잘랐다. 이 지회장은 두번 모두 해고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2년 12월에는 다른 조합원을 폭행하라는 등 구사대 구실을 강요당한 유아무개(당시 50살)씨가 이를 폭로하는 일기를 남긴 채 목숨을 끊었다. 대전고법은 회사 쪽이 2011년 당시 아산공장을 직장폐쇄한 것은 정당성이 없다고 지난 24일 판결을 내렸다.
“일곱달째 제가 여기서 장난하는 것 아닙니다. 유성기업 관련 국회 청문회와 국정감사도 했고, 노동청이 압수수색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회사 관계자들의 불법이 트럭으로 한 차 나왔어요. 유시영 대표를 비롯한 회사 관계자 3명을 처벌하지 않는 한 여기서 내려가지 않을 겁니다.” 1987년 봄 첫 직장으로 유성기업에 입사해 “이 회사가 마지막 직장이었으면 좋겠다”는 노동자가 말했다. 옥천/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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