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의원 ‘중재기구’ 제안에
“곧 공식입장 밝힐 것” 처음 밝혀
“곧 공식입장 밝힐 것” 처음 밝혀
삼성전자가 자사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등 산업재해 논란과 관련해 진지한 검토를 거쳐 조만간 공식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공장의 산업재해 논란에대해 삼성전자 경영진이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준식 삼성전자 부사장(경영지원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14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어 ‘반도체 백혈병 가족 측 제안에 대한 삼성전자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고 “피해자 가족과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심상정 정의당 의원 쪽의 ‘제안’에 대해 경영진이 이른 시일 내에 공식 입장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사장의 이날 기자간담회는 심 의원 등이 지난 9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삼성전자의 공식 사과와 제3의 중재기구 구성을 통한 보상, 직업병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을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지난 11일 이 제안서를 공식 접수했고 삼성전자는 이 제안에 대해서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는 게 (삼성전자의) 기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자사 블로그(samsungtomorrow.com)와 보도자료 등 개별 채널을 통해 주로 반론과 보상대책 등을 발표해왔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전향적’ 입장을 내놓은 만큼, 황유미씨 사망 이후 7년간 지속돼온 반도체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심상정 의원과 반올림 쪽에선 일단 “삼성전자가 진지하게 검토할 뜻을 밝힌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발표 내용을 들어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올림의 임자운 상임활동가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삼성전자의 입장은 줄곧 자사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의 죽음에‘도의적 책임’을 진다는 수준이었다”며 “지난 9일 제안 취지를 얼마나 수용하느냐가 문제 해결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런 전향적 입장을 보이는 것에 대해선, 백혈병 등으로 사망·투병중인 반도체 공장 노동자에 대해 법원 등이 잇따라 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내리고 있는데다, 최근 영화 <또 하나의 약속> 개봉 이후 삼성전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을 의식한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엔 삼성그룹 노동자들의 인권실태를 감시하는 시민단체 ‘삼성 노동인권 지킴이’가 설립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공정사회 파괴 노동인권 유린 삼성 바로잡기 운동본부’(삼성바로잡기)가 출범해 1인시위와 문화제, 토론회 등을 잇따라 개최하고 있다. 심상정 의원은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직업병 피해자 및 유족의 구제를 위한 결의안’을 성안해 공동 발의 의원들로부터 서명을 받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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