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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KTX 자회사 승무원 연속 25시간 근무…“명절이 괴로워”

등록 2014-02-02 20:15수정 2014-02-03 15:25

자료: 철도노조
자료: 철도노조
서울~부산 왕복 ‘투투근무’
역근처서 쪽잠 뒤 계속 투입
코레일 본사보다 노동 ‘열악’
휴일 적고 임금도 절반 불과
“수서발 자회사의 미래” 비판
코레일의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 소속 고속철도(KTX) 안내 승무원 강다정(가명)씨에게 명절은 ‘괴로운 날’일 뿐이다. 귀성객 수송을 위해 수백대의 열차가 증편 운행되는데, 고정된 승무원 인원이 늘어난 열차 편수를 고스란히 떠안아 노동강도가 세지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이른바 ‘투투 근무’도 비일비재하다. ‘투투 근무’는 퇴근을 하지 못하고 회사에서 잠을 잔 뒤 곧바로 출근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부산에서 출발한 고속철도 열차가 서울에 도착했다가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는 것이 보통의 근무인데, ‘투투 근무’는 역 근처 숙소에서 4~5시간 쪽잠을 잔 뒤 또다시 서울을 다녀와야 한다. 이 경우 실제 근무시간은 25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노조는 파악하고 있다.

회사는 근무 스케줄도 체계적으로 짜지 않고, 필요하면 연휴 시작 3~4일 전에 휴일근무를 전화로 권유하곤 한다. 명절이나 휴일을 앞둔 승무원들이 가장 받기 싫어하는 전화가 바로 회사 번호가 찍힌 전화다. 한번은 휴일에 불려나가는 것이 싫어 전화를 받지 않았더니 회사는 강씨에게 벌점을 내렸다. 반대로 휴일근무를 하는 승무원들에게는 점수를 준다. 강씨는 “벌점이 많으면 승진이 늦어지니 울며 겨자 먹기가 따로 없다. 겉으로는 권유라지만 강요나 마찬가지다. 심지어 막 퇴근하려는데 전화가 와서 다음날 휴일에 근무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괴로웠지만, 강씨는 이번 설 연휴 근무를 하면서 더 방긋방긋 웃었다. 설 연휴 직전 회사가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면서 “적극적인 고객 눈맞춤 인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객과 눈이 마주치면 무조건 미소”, “무표정 노(No), 입을 약간 벌려 표정 관리” 등의 지침도 내려보냈다. 열악한 노동환경의 승무원들은 웃음마저 강요당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열악한 노동조건이 유독 550명의 자회사 소속 승무원들에게만 발생한다는 점이다. 자회사 소속 승무원들은 ‘투투 근무’에 가장 큰 불만을 나타내고 있지만, 코레일 본사 소속 승무원들에겐 이런 근무형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코레일관광개발의 경우 사규로 ‘숙박 2왕복 사업’이라는 규정을 별도로 두어 변형 근무체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정민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 부산 부지부장은 “사실상 휴게시간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25~26시간씩 연속으로 근무시키는 것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경영 효율화란 이름 아래 각종 노동착취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열차가 임시 증편될 때도 코레일 본사는 비상대기 인력이 있어 이들이 먼저 투입된다. 휴무인 노동자가 갑작스레 불려나갈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하지만 자회사에는 비상대기 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 연간 117일에 이르는 본사 승무원의 휴일에 비해 자회사 승무원의 휴일은 104일에 불과하다. 임금 또한 함께 열차를 타는 본사 소속 승무원들의 절반 남짓에 불과하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자회사와의 현격한 노동조건 차이는 단순한 노동 차별의 상황을 넘어, 수서발 고속철도 자회사 설립 반대를 요구했던 철도노조 파업이 정당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자회사 설립이 ‘근로조건’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근로조건과 관련된 쟁의가 아닐 경우 불법파업으로 간주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처벌한다.

국회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오는 5일 민주당 박수현·은수미·이미경·진선미 의원실 공동 주최로 자회사 소속 고속철도 승무원의 증언 및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다. 은수미 의원은 “간접고용, 장시간 노동, 노동착취 등 우리 사회 노동 문제를 대변하는 자회사 소속 승무원들의 노동 현실은 ‘수서발 고속철도 자회사’의 미래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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