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민영화에 반대해 18일째 파업중인 기관사 이아무개씨가 26일 오후 대전역 플랫폼에 서 있는 열차를 바라보고 있다. 송인걸 기자
노조원들 “사쪽이 월급으로 압박”
1월엔 ‘선지급’ 100여만원 반납해야
적금 깨고 아내들이 일 구하기도
“파업 이해하는 가족들 격려 힘돼”
1월엔 ‘선지급’ 100여만원 반납해야
적금 깨고 아내들이 일 구하기도
“파업 이해하는 가족들 격려 힘돼”
“이렇게 오래 파업을 하고 싶은 노조원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철도 파업 18일째를 맞은 26일 대전역에서 만난 철도 기관사 이아무개(45)씨는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20여년 기관사로 일하며 파업에 참여한 적도 있다는 이씨는 “이번은 노사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닌데 정부가 이렇게 밀어붙이니 걱정된다”며 “이대로는 업무에 복귀할 수 없다”고 또렷하게 말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철도 파업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노조원 8500여명을 직위해제하고, 이달 급여 지급 때 ‘무노동 무임금’ 방침을 적용해 이들에게 평균 99만원 삭감한 월급을 최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 인사기획처는 직위해제한 8500여명의 평균 월급은 436만원인데, 이달에는 평균 337만원을 지급했다고 26일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이달 월급에는 직위해제 기간을 9~20일을 적용하고 21~31일치는 정상적으로 계산해 선지급했다. 파업이 계속되면 1월에는 12월 지급분 가운데 100여만원을 반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관사 이씨가 24일 받은 월급도 평소보다 100여만원 적었다.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들은 이달 월급에서 기본급이 130만~140만원씩 깎여 평균 30~40% 줄었다. 이에 대해 파업 노조원들은 “사쪽이 월급으로 노조원들을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월급이 줄어든 노조원 중에는 적금을 깨거나 아내가 직장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씨는 “아내도 파업하는 이유를 안다. 아이들도 격려해준다. 월급이 줄었어도 함께 감내해주니 마음은 편하다”고 말했다.
업무에 복귀한 노조원들은 사상 최장기 철도 파업이 벌어지는 가운데도 10% 안팎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위해제된 파업 노동자들은 파업을 시작한 지난 9일 기관사, 승무원, 정비사 등 직종별로 모여 토론 등을 벌이고, 함께 등산하거나 열차역 근처 눈 치우기 등 대민 봉사활동을 해왔다. 지부별로 조별 모임에 참가하고, 집회나 거리 홍보에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노조원들은 아침에 지부 사무실 등에 모여 식사를 함께 하며 귀가하는 나날을 보내왔다고 한다. 기관사 이씨는 이날 저녁식사 당번이라고 했다.
이씨는 “이번 파업은 국민의 발이자 공공재인 철도를 지키려는 것이다. 국민께 불편을 끼쳐 죄송하지만 꼭 해야 할 일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날 부산, 대구, 대전, 울산과 충남 천안, 충북 제천, 경북 영주, 강원 동해 등 전국 곳곳에서 철도 민영화 추진과 철도노조 및 민주노총 등에 대한 공안탄압을 규탄하고 28일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 참가를 결의하는 집회와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대전 부산 울산/송인걸 김영동 신동명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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