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조 서울차량지부 조합원 김현수씨가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철도공사 서울차량사업소에서 점검을 위해 열차에 오르고 있다. 김씨는 코레일의 필수유지업무 인력이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필수유지업무 철도노동자 김현수씨
“업무 외주 주는 것도 민영화 시도
경영진이 노동자들 자존감 깎아
철도업무 경쟁 붙이면 사고 위험”
“업무 외주 주는 것도 민영화 시도
경영진이 노동자들 자존감 깎아
철도업무 경쟁 붙이면 사고 위험”
선로에 얼어붙은 눈이 겨울볕에 녹아 반짝거렸다. 모두가 성탄절 모임을 앞두고 마음이 들뜬 24일 오후 1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차량사업소에서 만난 철도노동자 김현수(40)씨의 눈도 지친 기색 속에서 반짝였다. 철도파업 16일째이던 이날 김씨는 전국철도노조 조합원이면서도 일을 했다. 차량정비 업무를 맡고 있는 그는 현행법상 파업에 동참할 수 없는 필수유지업무 인력이다.
김씨는 “민영화하면 철도회사 다니는 우리만 경쟁해서 힘들고 구조조정 당하고 그런 게 아니라, 국민들도 다 힘들어 질 게 뻔하다”며 이번 파업의 의미를 설명했다. 수서발 케이티엑스(KTX) 자회사 설립을 저지하려고 시작한 철도파업은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 진입 이후 정권과 노동자 사이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김씨는 “철도만의 싸움이 아니라 노동자 전체의 싸움이 됐다. 이전 파업 땐 정권에 대해서까지 반감은 없었는데 선배들이 이젠 유신 때로 돌아간 것 같다는 말씀을 한다”고 말했다.
마음은 파업 노동자들과 함께 하고 노조 집회에 꾸준히 참석하면서도 일손을 놓을 수 없는 필수유지업무 인력이지만 책임감만은 파업 동료들 못잖다. 김씨는 “철도노조가 민영화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에서 선봉에 있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낀다.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비장한 심정”이라고 여러번 힘주어 말했다.
김씨는 기지에 돌아온 새마을·무궁화호 등 일반 차량을 돌아다니며 객차 안 화장실에 물은 제대로 나오는지, 전기가 나간 곳은 없는지 등을 살피는 일을 한다. 평소엔 여섯명이 한 조로 움직이는데 파업 이후엔 네명이 일하고 있다. 필수유지업무라도 파업 때 최소 인력은 남기고 나머지는 파업에 참가할 수 있도록 노사가 합의했다. 덕분에 김씨의 노동강도는 늘었다.
전체 철도조합원 2만389명 가운데 김씨처럼 필수유지업무 인력으로 묶인 이가 모두 8455명이다. 나머지 1만1934명 가운데 8300여명(69.4%)이 파업에 참가하고 있다.
김씨는 전날 코레일 쪽이 정비 업무를 외주업체에 맡기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서도 분노했다. “경영진이 노동자들의 자존감을 깎고 있다. 차는 기술력과 경험으로 고치는 건데 (신규 인력을) 바로 현장에 투입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또 그렇게 외주업체에 맡긴다는 것도 또다른 민영화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회사 설립이 만성 적자에 따른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코레일 쪽의 주장에 대해서도 김씨는 고개를 저었다. “공익성 강한 사업에 왜 경쟁이 도입돼야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일은 여섯명이 손발을 합쳐서 열차가 잘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건데, 경쟁이 도입되면 더 빨리 (열차를) 내보내도록 한다는 건지…. 이런 업무에 경쟁을 붙이면 사고가 생길 수밖에 없다.”
휴식 시간이 끝나자 김씨는 다시 노란 안전모를 쓰고 현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새마을호 1042번 열차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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