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 대립전선 확대 ‘새 국면’
“박대통령 약속 안지켜 분노 폭발”
“박대통령 약속 안지켜 분노 폭발”
박근혜 정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노정 대립’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가세하면서 정부와 대립하는 전선이 중도층까지 확산되고 있다. 중도적 성향인 한국노총과의 대결이 현 정부엔 더 치명적이어서 철도 파업 탄압으로 파탄난 노정 관계가 새 국면을 맞았다.
한국노총은 산하 지역·산별조직에 민주노총이 28일로 예정한 ‘박근혜 정권 퇴진’ 총파업 집회에 참여하라는 독려 지침을 24일 하달했다. 한국노총 고위 관계자는 “말 그대로 ‘총연맹(민주노총 본부)이 털린 사건’에 대한 노총의 분노 수준이 상당히 높고, 1년간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걸 묵묵히 지켜만 보면서 쌓아둔 불만이 커 집회 참여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이 긴급 조합대표자회의를 열어 정부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노사정위원회 불참 △정부와의 대화 중단 △조직적 집회 참여 방침을 결의한 22일을 전후로 실제 7개 산별·지역본부가 별도의 정부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조합원 8만명의 화학노련, 9만8000명의 금융산업노조, 7만3000명의 공공연맹·노련, 12만6000명의 금속노련, 9만8000명의 경기본부 등이 “박근혜 정권이 노동 탄압과 공포 정치를 즉각 중단하지 않는다면 강력한 저항에 돌입할 것을 강력 경고한다”(금융산업노조)거나 “반노동자, 반민주적 형태를 지속한다면 대정부 연대투쟁에 가열차게 동참할 것”(공공연맹)이라고 강도 높은 투쟁 의지를 밝혔다.
전체 조합원 85만명 규모의 한국노총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직전(2월22일) 방문한 유일한 노동 상급단체다. 당시 “합리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언제든 만나 한국노총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문제점, 애로를 해결하는 데 각별히 노력하겠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의 사전에서 ‘노사정’의 ‘노’는 ‘한국노총’을 의미해왔던 것이다.
강신준 동아대 교수(경제학)는 “한국노총은 여러 면에서 민주노총과 다른 길을 걸어왔으나 중도 성향 시민과 사무직, 보수세력의 지지도 받는 터라 노정 대립이 중도와의 전선으로 확대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정치·선거 국면마다 드러난 조합원의 정치적 성향이 대체로 한국 사회 중도층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철도 파업으로 민주노총을 손보겠다는 의도였는데, 한국노총이 정부에 등을 돌리면서 정부가 굉장히 갑갑해졌다”며 “양 노총의 공조가 얼마나 갈지에 따라 (철도 파업에 대한) 정부 태도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새달 지도부 선거를 예정하고 있어 반정부 목소리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후보들이 강경 투쟁을 선거 의제로 삼을 수밖에 없는 형세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사정위원회의 공회전이 길어지고, 현 정부의 주요 과제인 시간제 일자리 확대,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판례에 따른 임금체제 개편 작업 등도 장기간 차질을 빚게 됐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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