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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미숙련자·은퇴자들에게 맡긴 열차…시민안전 ‘조마조마’

등록 2013-12-19 08:09

‘고속철도 민영화 저지와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철도 민영화 반대, 정부에 대한 대화 촉구, 철도노동자 탄압중단’ 등을 호소하며 국내 철도 역사 114년을 뜻하는 114배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고속철도 민영화 저지와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철도 민영화 반대, 정부에 대한 대화 촉구, 철도노동자 탄압중단’ 등을 호소하며 국내 철도 역사 114년을 뜻하는 114배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코레일, 24시간만 교육뒤 대체투입
퇴직자 62명 고용…대부분 60대
“하루 4~5시간 넘는 근무 힘들어”
외부기관서 공급받은 인력 1298명
투입 교통대생 근로계약도 안맺어
“안전은 뒷전, 파업저지만 힘쏟아”
“나이가 많으니까 힘들지. 나도 못하겠다고 막 자빠지고 그랬어.”

2009년 철도노조 파업 때 기관사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적이 있는 김아무개(64)씨는 1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시 경험을 이렇게 털어놨다. 김씨는 퇴직 기관사들의 모임인 한국철도운전기술협회 소속이다. 이번 파업에도 협회는 코레일의 요청으로 62명의 퇴직 기관사를 대체인력으로 투입했다.

평균 20~30년 이상 기관사로 근무했던 이들이라 운전에는 무리가 없다. 문제는 체력이다. 회원 대다수가 60대이다 보니 하루 4~5시간을 훌쩍 넘기는 대체인력 근무를 버텨낼 힘이 없는 것이다. “원래 하루 4~5시간이 적정 시간이야. 그런데 대체인력으로 투입되면 하루 7~8시간 기본에 더 늘어나기도 해. 그렇게 며칠 하다 보면 체력이 고갈되지.”

김씨는 한국교통대 학생 등 업무가 미숙한 대체인력을 투입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철도 운전은 경험이 많아야 할 수 있는 업무야. 경험이 없는 대학생이 하기엔 어렵지. 쉬운 업무가 아니라고….”

이처럼 20~30년 경력의 베테랑 기관사들도 어렵다고 하는 업무에 코레일은 단기교육만 시킨 대체인력을 계속 투입하고 있다. 시민의 안전은 뒷전에 두고 파업 저지에만 힘을 쏟는다는 비판이 이는 배경이다. 현재도 외부기관에서 공급받은 대체인력은 1298명에 이른다. 지난 17일에는 “수도권 전동열차 안전 운행을 위해 군 300여명을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코레일의 대체인력 투입에 대해 철도노조는 1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코레일이 운행률을 높이기 위해 무자격자들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코레일 노사는 지난해 전동차 승무원에 대해 경력자 50시간, 신규 업무자 100시간의 교육을 하도록 합의한 바 있다. 이번에 투입되는 군 인력의 경우 기관사 자격증을 가진 이들이지만, 교육은 24시간만 받고 투입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안전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앞서 대체인력으로 투입됐던 교통대 학생들도 24시간만 교육을 받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최명선 노동안전국장은 “철도노동은 숙련도와 체력이 뒷받침돼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직종이다. 나이가 많은 은퇴자나 경험이 짧은 미숙련 대체인원의 운행 기간이 늘어날수록 대형사고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코레일은 운행률을 맞추기 위한 대체인력 투입을 하루빨리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레일은 앞서 교통대 학생 238명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면서 근로계약조차 맺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코레일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을 급하게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느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했다. 지난 16~17일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계약서를 만들라는 지시가 내려와 주말에 보완하느라 부산을 떨었다”고 말했다.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파업 상황이 급박해 계약 시기를 놓친 것 같다. 꼼꼼하게 챙기지 못했다. 현재 구체적인 계약을 진행중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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