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국철도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경찰이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품이 든 상자를 들고 사무실을 나오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부·코레일이 철도 안전 위협”
경찰, 철도노조 사무실 압수수색
사망승객 유족, 발인 연기·사과 요구
경찰, 철도노조 사무실 압수수색
사망승객 유족, 발인 연기·사과 요구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파업이 9일째를 맞은 17일 국제운수노동조합연맹(국제운수노련·ITF) 대표단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파업 탄압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국제노동기구(ILO) 제소 방침을 밝혔다.
스티븐 코튼 사무총장 등 대표단은 기자회견에서 “철도노동자들은 정부의 철도 민영화 구조조정 정책에 반대해 파업할 권리가 있다. 노조 지도부 고소 등 노조를 탄압하는 것은 심각한 국제노동기준 위반”이라고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국제사회는 한국이 과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자격이 있는지 그 정당성을 의심하고 있다. 합법적인 철도파업에 대한 탄압은 한국 정부가 국제노동기구 핵심 협약에 보장된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조차 무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최신 사례”라고 꼬집었다. 7일 동안 철도파업 현장을 둘러본 국제운수노련은 이번 파업 과정에서 벌어진 노동탄압 사례를 모아 국제노동기구에 제소하기로 했다.
대표단은 또 “정부와 코레일이 현재 취하는 반노조 전술은 한국 철도 시스템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파업 이후 잇따르고 있는 각종 사고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날 업무방해 혐의로 회사 쪽이 고발한 철도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노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이날 아침 8시께 용산구 한강로3가 철도회관에 위치한 철도노조 본부와 서울사무소 등에 수사관 30여명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내부 보고서 등을 가져갔다.
경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동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철도노조는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영화 논란을 빚고 있는 수서발 고속철도(KTX) 운영회사에 대한 면허발급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수서발 고속철도 운영회사는 현재 승차권 시스템도 구축이 안 됐고, 시험운영도 하지 못하는 등 안전 운행을 위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면허를 발급하는 것은 일정한 시설을 갖춰야 면허를 발급하도록 한 철도사업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경찰은 김 위원장을 검거하기 위해 민주노총 사무실 근처에 전경버스 3대를 동원했으나 사무실로 진입하지는 않았다.
지난 15일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문틈에 발이 끼였다 스크린도어에 머리를 부딪혀 숨진 김아무개(84)씨 유족들은 장례 일정을 미룬 채 정부와 코레일 쪽의 사과를 요구했다. 유족들은 “코레일과 정부 관계자들이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아 진정성 있는 사과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직원들을 보내 보상 얘기부터 꺼내야 할 때인가”라고 당국을 비난했다. 애초 이날 오전 장례를 치르려던 유족들은 발인 일정을 연기했다.
한편,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는 이날 전국 15개 지부장 전원이 참석하는 긴급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철도파업에 따른 대체수송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정국 김경욱 기자, 안양/김기성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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