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매 자살…지난해 이후 세번째
도시철도 노조 “조직문화 숨막혀”
도시철도 노조 “조직문화 숨막혀”
서울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의 기관사 정아무개(43)씨가 지난 18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지하철 기관사의 자살은 지난해 이후 세 번째로, 노동조합 쪽은 “강압적이고 전근대적 조직문화가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해 3월과 올해 1월에도 서울도시철도공사 기관사가 목숨을 끊었다.
서울도시철도 노조가 21일 공개한 올해 임시 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최근 1년 안에 자살을 떠올렸다는 기관사(자살사고군)가 전체 980명 가운데 33명(3.4%)이었다. 이번에 숨진 정씨도 4년 전부터 우울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았고, 지난달 초 한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고 노조 쪽은 전했다.
임시 건강검진에서 기관사들은 외상후 스트레스가 일반인(0.2%)에 견줘 훨씬 높은 유병율(1.6%)을 보였다. 밀폐되고 어둔 지하공간에서 3시간가량 혼자 일하는 기관사들에게 공황장애 유병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조 관계자는 “기관사들은 직장 동료, 상사와의 관계에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특히 기관사가 어찌할 수 없는 외부 민원에 대해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망신을 주거나, 비번인 날 봉사활동에 불러내고 각종 점수로 경쟁을 유도하는 등 강압적이고 전근대적 조직문화 속에서 기관사들이 자살까지 떠올리곤 한다”고 말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쪽은 “지난 4월 기관사들을 상대로 한 특별 임시 건강점검에서 정씨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지난 1월 공황장애 등의 증상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기관사 황아무개씨에겐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로 인정된다”고 판정한 바 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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