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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간호조무 7년…‘하청’ 딱지에 월급은 절반

등록 2011-10-10 20:59수정 2011-10-10 22:25

나쁜 일자리’ 사내하청 ② 유행처럼 번지는 사내하청
이젠 의료업무도 사내하청
“공공병원이 되레 확산 주도”

하미경(가명·38)씨는 2004년 신설된 화순 전남대병원 간호보조원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인력공급업체인 제니엘에 입사했다. 광주에 있는 전남대병원 본원에서 정규직 간호조무사에게 업무교육을 받은 뒤 화순에서 일을 시작했다. 외래환자 접수, 진료 준비, 진료 뒤 검사할 것과 예약날짜 등 설명, 의료기구 소독, 입원환자용 약 및 각종 물품 타오기, 병실 침대 준비, 환자 옮기기 등. 본원에서는 간호조무사가 하는 일이었다. 화순병원엔 정규직 간호조무사가 본원에서 옮겨온 두 명밖에 없다. 같은 일을 하는 70여명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 간호보조원이다. 회사와는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한다. 이 병원에서 만 7년 넘게 일한 하씨가 손에 쥐는 월급은 상여금을 합쳐 110여만원. 비슷한 연차의 본원 정규직 간호보조원이 받는 210여만원의 절반가량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제조업 등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사내하청이 심지어 병원의 간호조무 업무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병원에서는 청소, 경비 등 의료행위와 상관없는 업무에서 사내하청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사내하청으로 고용된 간호보조 인력은 간호조무사 일을 하는 경우가 많고, 업무 특성상 병원 의료진의 지휘·감독을 받게 돼 ‘불법 파견’ 소지가 높다. 화순 전남대병원은 지난 7월 광주지방노동청으로부터 불법 파견 혐의가 인정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면서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받은 상태다. 병원 관계자는 “읍 단위에 병원을 신설하면서 경영 전망이 불투명했던데다 정부에서 경영합리화 계획을 요구해 비용절감 차원에서 하청을 줬던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상당수 병원에서도 사실상 간호조무사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파악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2010년 300인 이상 사업장 사내하도급(하청) 현황’ 자료를 봐도, 4대 병원으로 꼽히는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연세의료원, 서울대병원이 전체 노동자 중 사내하청을 각각 13.2%, 18.9%, 8.4%, 9.8% 비율로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공공병원도 마찬가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일산병원이 전체 1263명 가운데 26.3%인 451명을 하청으로 둬 공공병원 가운데 사내하청 노동자 비율이 가장 높다. 이 병원에서는 간호업무 보조에 60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하청 노동자 비율 20%가 넘는 병원으로는 화순 전남대병원(24.1%), 국립암센터(21.2%), 부산광역시의료원(21.4%)이 있다. 이는 청소, 경비, 교환 업무 등을 맡는 하청 노동자까지 포함한 수치여서 이 가운데 간호보조 인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되지 않는다. 하지만 10일 인력공급업체 제니엘 누리집에는 국립암센터,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등 대형 병원에서 “응급실 및 중환자실, 환자검사실, 병실 이송, 약품 및 검체 샘플 운반, 병실 관리 등의 간호보조 업무”를 구한다는 공고가 공공연히 올라와 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은 “간호보조 업무에 사내하청 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전문성 부족 등으로 의료의 질이 떨어져 환자의 건강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돈벌이보다는 의료의 공공성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공공병원에서 비정규직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인현 선임기자 inhye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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